문 : 원하지는 않았지만 남녀공학 인문고에 입학한 고1 남학생 엄마입니다. 내신 성적이 대학입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남녀공학에 배정 받았을 때 정말 실망했습니다. 공학 학교에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학력의 여고남저 현상 때문입니다. 전학을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 조언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이렇게 질문을 드려봅니다.
답 : 시몬느 드 보봐르는 '제2의 성'에서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책은 힘을 가진 자, 즉 남성이 자신들이 세운 사회적 규범에 속할 수 없는 여성을 타자로 간주하여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봐르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법과 제도, 도덕 등은 완벽하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힘을 가진 남성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성은 세계가 온통 남성의 것임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열등한 자나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법과 제도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여 여성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길 때는 그 법과 제도는 당연히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녀가 한 둘로 줄어들고 딸만을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남녀 차별 의식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학생과 동일한 동기 유발, 경제적 후원, 격려를 받게 되자 여학생들이 초중고를 막론하고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남녀 공학에서 여학생이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이유를 짚어보면 남학생을 지도하는데 다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같은 학습 장애 요인에 부딪혔을 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영향을 덜 받습니다. 일테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사귈 때 남학생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그 일에만 바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여학생은 남학생과 사귀더라도 자기 일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같이 놀다 오더라도 남학생은 저녁 내내 여학생 생각만 하지만 여학생은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지금의 시험체제가 여학생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학생은 언어 감각이 발달하여 내신이나 수능시험의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다소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여학생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수학도 예전의 본고사 수준의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학생이 수학에 약하다는 말도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이 최근에 와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여학생은 논리적인 추론에서 남자보다 못하다는 말도 보봐르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잘못된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편견에 의해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사장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시험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은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실성 면에서 돋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셋째, 남자는 늘 신사다워야 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남학생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예상 외로 남학생들이 드러내 놓고 말도 못하며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학생은 감정 변화에 보다 민감하여 제때에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교적 빨리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넷째, 남학생들이 컴퓨터나 만화, 운동 등에 더 쉽게 빠져들고 탐닉의 강도가 훨씬 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남학생들이 이런 것들에 빠져 학업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 나열한 내용들도 어느 일면만을 본 잘못된 편견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녀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여학생과 최선을 다해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남학생들이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학반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을 놀리고 남학생을 부려먹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여러 자료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기대되는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거절을 못하고, 그러다보니 더 손해를 보는 경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남학생도 여학생처럼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계획과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도 남성의 전유물처럼 간주되는 여러 남성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학생이 무조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다소 여유롭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문제가 어렵지 않고 주로 배운 범위 안에서 출제되는 내신 시험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좋은 이유는 평소 차분하게 정리하고 준비하는 생활 및 학습 습관 면에서의 차이 때문입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해 오는 성의와 정성을 보면 이런 태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남학생은 어떤 면에서 보면 여학생이 갖기 어려운 특유의 뚝심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가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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