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방이 온통 난리다. 지방의원 유급제 전환으로 출마희망자가 급증한데다 정당 공천을 기초의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벌써 금품을 돌리다 구속된 사람이 생겨났고 국회의원이 출마희망자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와 관련한 조사가 진행중인가 하면, 선관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까지 돌출한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드러난 사건들과는 별개로 동네 술집, 시골 논두렁 등 단위 지역 구석구석에서 난무하는 공천 관련 갖가지 소문과 잡음들도 심상찮다.
공천 받은 사람이 전과자이거나 신용불량자여서 이해할 수 없다는 적격성 논란에서부터 공천자와 국회의원과의 부적절한 유착관계, 불법'비리설까지 별의별 이야기들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탈락자들의 반발과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이 속출함에 따라 갈등과 알력, 음모와 비리가 뒤섞인 위험스런 소문과 잡음들은 계속 동네방네를 휘저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소문과 잡음 속 지탄의 대상자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다. 해당 지역의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사실상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정당이 정한 소정의 절차와 심사위원회가 있어 국회의원이 마음대로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더라도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누구한테 먹은 게 많아서 공천을 줬다는 것이 원초적 입소문의 단골 메뉴다. 경선도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선거철 공천 때면 언제나 나타나는 일과성 후유증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이번 지방선거는 예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소문과 잡음들이 예전보다 휠씬 많고 농도가 심각하다. 또 그런 소문들이 거의 전 주민에게 재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국회의원들이 합의해서 만든 기초의원 공천제 때문이다. 그야말로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인 기초의원이 되려고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주민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사는 동네 유지거나 이웃 사촌들이다. 선거구가 상대적으로 넓은 단체장'광역의원에 비해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다. 또 친인척, 친구, 선후배 관계 등으로 엮여 있다 보니 주민들과 이해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사정이 이쯤 되면 공천 탈락자의 실의와 울분은 주민들에게 곧바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누가 봐도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여겨진다면 바닥 민심은 더없이 흉흉해진다. 공천 내막과 비리가 진위와 상관없이 마구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런 후유증은 언제 어디까지 갈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역감정에 의존한 무임승차식 정치, 안하무인격 일당 지배 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염증을 증폭시켜 갈 것임은 분명하다.
국토는 좁고 인구는 과밀해서 중앙의 입김이 금방 지방으로 전달되는 나라에서 지방의원 정당 공천은 곧바로 지방자치의 중앙 정치 예속과 직결된다. 특히 지역분할 구도로 빚어진 일당 지배 정치 하에서 지방자치는 껍데기로만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 국회의원들이 지역 총통 노릇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기초의원 공천이라는 올가미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그 올가미가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날아갈지 알 수 없다.
국회의원 공천에서도 함량미달의 인사를 공천해서 던져 놓고는 찍어 주겠지 하는 거듭되는 후안무치에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 간다. 정치력과 야당성은 말할 것도 없고 애국심과 애향심조차 없는 듯한 국회의원들에 질린 사람들도 많다.
너희들이 안 찍고 어떡하겠느냐는 식으로 능력 없는 사람을 지방선거 후보로 공천했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는 중앙무대를 전제로 한 대선'총선과는 다르다. 분분한 소문과 잡음을 챙겨 듣고 공천이 당선이라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면 그것은 주민자치가 아니고 선거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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