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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 옛길 '문경 토끼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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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을 정벌하기 위해 옛길을 따라 문경까지 진군해왔다. 지금의 진남교반 인근 벼랑에서 갑자기 길이 사라졌다. 낭떠러지 아래는 영강의 여울이 굽이쳐 지나지도 못하는 상태. 그 때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알려줬다. 그 뒤 이곳을 토천(兎遷)이라 불렀다.'(동국여지승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으면 바위덩어리가 이처럼 반질반질해졌을까? 문경 진남교반 인근의 '토끼비리'는 그 옛날의 벼랑길이다. '비리'라는 말도 '벼랑'이라는 뜻의 문경지방 사투리다. 이 길은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최단거리인 영남대로의 요충지이면서 많은 선비들이 과거급제의 꿈을 안고 넘었던 과거길이기도 했다. 벼랑길은 잘 다듬은 대리석인양 닳고 닳았다. 지금은 바윗길이 끊기면 통나무다리로 이어뒀다. 옛날에는 사다리 길을 놓아두기도 해 수레가 지나다닐 정도였다.

토끼비리는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토끼나 산짐승이 다닐 수 있을 만큼 험한 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부구간이나마 원형 그대로 남아 옛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신라시대 때부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토끼비리를 통하지 않고는 서울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길은 일제시대 때 건설된 국도3호선 때문에 끊겼다. 진남교반이라는 이름도 이때 생겼다. 교반은 원래 두 개 이상의 다리가 있을 때 부르는 이름. 무연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영강 위에 건설된 문경선 철도와 국도의 교량 때문에 진남교반으로 불렸다. 오정산(805m)과 낙동강 상류인 영강, 구 국도3호선이 나란히 태극문양으로 굽이치는 진남교반은 그래서 영남 8경의 으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국도 3호선이 건설되면서 모습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예전의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토끼비리는 고모산성 복원이 끝난 지점을 지나 큰 바위를 움푹하게 깎은 고갯길에서 끊겼다. 전체적인 진남교반 모습도 이곳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답다. 아쉬운 건 새로운 국도3호선이 건설되면서 다리가 철교 외에 다리가 3개나 있어 어수선하다. 변함없는 건 태극문양으로 굽이치는 산세와 물줄기.

토끼비리는 문경철로자전거와 함께 돌아보면 좋다. 철로자전거는 휴일이면 대개 접수 이후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예사. 이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토끼비리와 고모산성을 돌아보면 된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가족끼리 다녀와도 꽤 괜찮은 곳이다.

지금 산허리를 따라 복원을 마친 고모산성은 지금 산 정상 쪽 복원이 한창이다. 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영남대로의 요충지였다. 고모산성의 익성(翼城)인 석현성 뒤편 옛 주막터에는 최근 주막 2개동을 복원하기도 했다.

토끼비리와 고모산성은 국도변 진남휴게소에서 들어가는 것이 찾기 쉽다.

휴게소 오른쪽 주차장 끝 쪽에 철로가 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않지만 언젠가 충주와 연결될 때를 대비해 보존하는 철로다. 이 철로를 걸어서 건너 토끼비리로 가기도 한다.

철길을 건너 5분 정도 오르면 석현성.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으면 토끼비리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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