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 버스회사 적자를 메꿔주겠다며 '버스 준공영제'까지 도입했지만 또 다시 버스가 멈춰선다는 소식이 일방적으로 전해진 때문이다.
특히 대구시는 준공영제 이후 사실상 사용자 입장으로 바뀌었는데도 노사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여않은 채 파국을 방조, 지하철참사 이후 끊임없이 지적돼온 대구시의 '무능(無能)'이 재연되고 있다.
◆100만 명 발 묶이나= 대구의 대중교통 이용객이 올들어 20만 명 가까이 증가한 100만 명을 넘어서 올해 버스 파업은 이전과 비교가 안되는 극심한 불편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시내버스노선이 환승체계를 기본으로 지난 2월 개편, 버스파업이 결행되면 환승체계에 맞춘 대체버스 운행이 불가능해 교통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낳고 있다.
대학생 이미영(21.여) 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곧장 가는 버스가 없어 중간에 환승을 하는데 파업이 이뤄지면 버스가 거의 안다녀 택시를 타야할 것 같다."며 "기말시험이 임박했는데 학교 갈일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시는 버스파업이 현실화되면 대체버스를 총동원해도 버스 정상운행시의 30~40% 밖에 배차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버스파업이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환승체계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버스 파행 운행이 이뤄지면 버스와 지하철, 버스와 버스 간 환승 무료·할인 혜택은 물론, 교통카드 요금 할인도 받지 못해 시민들의 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3공단 근로자 박종대(43) 씨는 "과거와 달리 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버스 기사들의 임금 일부를 시민들이 세금으로 대주는 격이됐는데 누구 허락받고 마음대로 버스를 세우느냐?"며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몇 백 원을 아끼기 위해 이제 2시간을 걸어 출퇴근해야할 판"이라고 발끈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버스 준공영제 이후 주인 역할을 상당 부분 상실한 대구 버스 회사 사용자단체(대구시내버스조합)가 올해 교섭에서 사실상 새로운 사용자로 등장한 대구시에 과다한 요구안을 내놓았고 대구시는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 버스 임단협이 파국 일보직전까지 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사대립이 아니라 사정(社政) 대립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시내버스조합은 "기사들에 대한 누적퇴직금 자연증가분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대구시가 책임져달라."며 시가 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
하지만 대구시는 "준공영제 이전 사측의 퇴직금 정상 적립금이 655억 원이지만 실제는 85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퇴직금 적립을 등한시 했던 사측이 이제와서 퇴직금 정산을 대구시에 떠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측의 논리대로라면 준공영제 이전에 성실하게 퇴직금을 적립했던 회사들이 결국 손해를 본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이른 봄부터 10차례 넘게 노사협상이 벌어졌는데 대구시는 '시(市)가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임단협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취급했다."며 "결국 노사정 3자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꼬여드는 것이 불보듯 뻔했는데도 대구시는 바삐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노조 측은 임금 10.1% 인상과 주40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속 주장하는 반면, 대구시는 5% 인상안을 내놓은 상태로 양 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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