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 세네갈과 아쉬운 1-1 무승부

포백라인 여전히 미완성…박지성 중원공백 절감

아드보카트호가 독일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토고의 '맞춤형 적수' 세네갈과 아쉽게 비겼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후반 29분 김두현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후반 35분 무사 은디아예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아드보카트호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공식 전적 8승3무3패를 기록했고 한국은 세네갈과 역대 전적에서 1무1패가 됐다.

지난 2월16일 멕시코전(1-0 승) 이후 이어온 3연승 행진을 멈췄고 아프리카 팀과는 1승1무를 기록했다. 상암벌 불패 행진(3승2무)은 이어갔다.

토고를 가상하고 치른 평가전이었지만 아쉬운 대목을 많이 남긴 한 판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세네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서 뛰는 주전들을 대거 빼고 1.5진급을 보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에 오른 팀 답게 만만찮은 적수였다.

아드보카트호는 박지성, 김남일, 이을용이 빠진 중원의 공백을 절감해야 했고 완성 단계에 들어간 포백 수비라인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개인기와 체격이 좋은 세네갈의 저항에 전반에는 수세에 몰렸고 좀처럼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후반 막판 찬스에서 골 결정력도 부족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상암벌을 온통 붉은 물결로 물들인 6만여 관중을 함성의 도가니로 빠뜨린 김두현의 캐넌 슛 한 방은 통쾌하고 짜릿했다.

박지성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은 김두현은 후반 29분 정경호의 크로스를 박주영이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뒤로 살짝 흘려주자 아크 정면을 향해 달려들며 지체없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고 볼은 빨랫줄 궤적을 그리며 미사일처럼 세네갈 골문 왼쪽 그물을 세차게 출렁였다.

박지성, 김남일을 벤치에 앉혀둔 채 설기현, 안정환, 이천수를 스리톱으로 놓고 김두현, 백지훈, 이호를 미드필더진에, 김동진, 김진규, 최진철, 송종국을 포백에 포진시킨 아드보카트호는 전반 유연한 개인기를 앞세운 세네갈 공격수들에게 몇 차례 결정적인 돌파를 허용했다.

전반 6분 라마네 바리가 백지훈을 제치고 김진규 앞에서 날린 왼발 슛이 골 포스트를 살짝 비켜갔고 16분에는 프레데릭 망디에게 왼쪽 측면을 완전히 뚫려 크로스를 허용했다.

망디의 크로스는 은디아예의 머리에 스친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바바카르 게예에게 걸렸으나 김동진의 육탄 방어로 간신히 실점을 막았다.

전반 25분에도 바리에게 오른쪽 측면이 허물어져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게예의 슈팅이 떴고 41분 문전 프리킥 상황도 위험했다.

패스 연결이 세밀하지 못해 흐름이 자주 끊어지는 모습을 연출한 한국은 전반 17분 문전 혼전 중에 흐른 볼을 원톱 안정환이 낚아채 왼발 터닝슛으로 연결했으나 수비수 몸에 걸려 무위에 그쳤다.

전반 3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잡은 프리킥 찬스에서는 이천수가 오른발로 날카롭게 볼을 감아찼지만 오른쪽 골 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갔다.

전반 내내 답답한 흐름 탓인지 벤치에서 일어서 쉴새없이 지시를 내린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송종국 대신 조원희를 투입하고 후반 21분에는 이천수 대신 박주영을, 28분에는 설기현 대신 정경호를 잇따라 넣어 변화를 꾀했다.

후반 5분 안정환은 문전에서 이천수의 패스를 받아 골문 쪽으로 돌아선 뒤 오른발 터닝슛으로 네트를 갈랐으나 심판은 안정환이 볼을 받을 때 이미 최종 수비수 앞쪽에 위치해 있었다며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후반 16분 이천수의 프리킥과 이어진 김동진의 강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땅을 친 아드보카트호는 후반 29분 김두현이 마침내 갈증을 풀어냈다.

김두현의 선제골은 교체 멤버 박주영, 정경호와 기막힌 삼각 연결을 통해 만들어낸 그림같은 장면이었다.

한국은 그러나 불과 6분 밖에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동점골을 헌납했다.

후반 35분 한국 진영 정면으로 돌진한 세네갈 스트라이커 은디아예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페인트 모션을 취하다 오른발로 중거리 강슛을 날렸고 볼은 오른쪽 골 포스트에 맞고 그대로 네트에 빨려들었다. 골키퍼 이운재도 손을 쓰기 힘든 골이었다.

아드보카트호는 1-1 동점이 된 이후 김두현과 안정환이 다시 골 찬스를 엿봤으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국은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본선 세 번째 상대인 스위스를 가상한 적수인 동유럽 다크호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