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 일주도로 관광과 해상 유람선 관광. 2박3일 울릉도 여행의 공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일정을 짜보자. 어렵게 느껴지는 성인봉 등산까지 즐길 수 있다.
해발 984m. 1천m도 되지않는 산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해안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산기슭이 가파르다. 경사가 완만한 길을 따르려면 산행로가 길어진다.
성인봉 등산로는 대체적으로 도동항과 나리분지가 연결되어 있다. 도동항에서 산행을 시작해 나리분지로 내려온 후 버스로 되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코스도 애용된다. 도동항 쪽에서의 출발지는 대원사와 KBS중계소, 안평전(사동) 등 세 곳. 안평전 코스가 제일 짧아 이곳을 산행 들머리로 잡았다.
산행거리가 짧은 곳을 선택한 대가는 택시비 1만5천원. 도동항에서 사동항을 지나 안평전 마을까지 들어오는 비용치고는 비싸다. 삼나물 밭을 지나면 이내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원시림은 성인봉 너머 나리분지 쪽이지만 이곳 역시 울창하긴 마찬가지. 두 세 종류의 새소리가 맑다. 햇빛이 제법 매섭지만 이곳까지는 침범하진 못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돌만큼 시원하다.
출발해서 10분정도 지나면 된비알. 오르막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이 길을 30여분 올라야 능선이다. 능선에 오르면 육지의 산행과는 확연히 다른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산죽이 터널을 이루기도 하고 울릉도 자생식물과 산나물을 구경하며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이한 건 등산로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 회솔나무, 섬황벽나무, 마가목 등 나무둥치가 온통 희다. 나리분지 쪽엔 나무와 자생식물의 이름을 붙여둬 생태탐방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이쪽 등산로엔 그 흔한 나무이름하나 붙여놓지 않았다. 무슨 나무인지, 무슨 풀인지 궁금할 뿐.
능선에 올라서 30분 정도 산행을 계속하면 바람등대다. 바람이 많은 쉼터다. 대원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상까지는 다시 쉬엄쉬엄 30여분. 산죽에 둘러싸인 정상에서의 햇살은 따갑다. '성인봉'이라 쓰여진 정상석만 우두커니 서 있다. 전망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정상을 너머 10여m 내려가면 전망이 확 트인다. 나리분지전망대다. 육지 산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까. 삐죽삐죽 솟은 산으로 둘러싸인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왔던 길로 10여m 내려와 오른쪽 침목계단으로 향한다. 나리분지 가는 길이다. 가파른 계단길을 10여분 내려서면 샘이 있는 쉼터가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원시림 지역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원시림 안내간판도 볼 수 있다. 500년 됐다는 섬피나무 고목도 이국적이다.
성인봉 원시림에는 너도밤나무, 섬단풍,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등 울릉도에서만 나는 나무와 고비, 고사리 등의 양치식물, 산나물 등이 빽빽하다. 숲은 조용하고 그윽한 편. 안개라도 깔리는 날이면 원시림이란 이름처럼 태고의 신비감까지 느낄 수 있다.
다시 쉼터가 있는 뺍재이등대를 지나면 다시 급경사 내리막이다. 무릅에 무리가 간다 싶으면 계곡. 이제부턴 이런 급경사 내리막 계단은 없다. 대신 홍수피해가 심했던 계류를 따라 10여분 더 내려가면 '신령수'라는 샘터다. 대형관광안내판이 서 있는 곳이다. 구멍이 뚫린 화산암에서 물이 쏟아져내린다. 나리분지까지는 2㎞. 나리분지 버스승강장에서 시작하는 트레킹 코스는 보통 여기까지다. 그만큼 길이 수월하다. 천천히 주변 식물과 나무들을 관찰하며 나리분지까지 30여분 내려가면 된다. 길 옆으로 10~20m 간격으로 울릉도에만 있는 나무와 식물을 소개하는 입간판이 서있다. '이곳 원시림내에는 이런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섬바디, 회솔나무, 섬황벽나무, 말오줌나무, 섬백리향…. 식물 이름들이 독특하다. 하나하나 이름을 알아가며 걷다보면 금방 나리분지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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