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군대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도서가 오는 9월부터 서울에서 정기적으로 전시된다는 것은 우선 반갑기는 하나 이를 빌미로 영원히 반환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과 프랑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외규장각도서 반환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 왔지만 난항을 거듭해왔을 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1993년에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영구 임대 또는 교류 방식'으로 외규장각도서를 돌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프랑스 고속철 도입 미끼용 1권만 돌려 받았을 뿐 나머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도서는 조선시대 국가와 왕실 의식절차를 빈틈없이 정리한 의궤 191종 296권이다. 이들 중 63권은 우리나라에 필사본조차 없는 유일본이다. 빼어난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보고를 약탈해 간 프랑스는 그동안 우리의 끈질긴 반환 요구에 갖은 핑계를 대더니 겨우 전시회로 입막음하려 하다니 '문화 강국'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 동안 자기들이 빼앗긴 많은 문화재들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그러면서 남의 것은 돌려주지 않는 심사는 도대체 어떤 문화에 기인하는가.
더 염려스러운 것은 프랑스가 제의한 외규장각도서 전시회가 사전에 우리 정부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록 곧 열리게 될 외규장각도서 전시회는 140년 만의 반가운 귀향이기에 앞서 계속될 반환 협상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최근 우리는 일본과 북관대첩비는 이미 반환됐고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은 곧 반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좋은 선례를 본보기로 삼아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의지로 프랑스와 끈질긴 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문화재 반환 기류는 제법 성숙돼 가고 있다. 그러나 한 번 반출된 문화재를 되돌려받기란 아직은 하늘의 별따기다.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규장각도서만큼은 프랑스로부터 되돌려받아야 한다. 전시회가 그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영구 반환의 걸림돌이 된다면 큰일이다. 그 때문에 외규장각도서의 국내 전시는 반갑기는 하지만 미흡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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