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사건 등으로 구속된 지 40일을 넘긴 상황에서 검찰의 추가기소까지 이뤄지자 법원이 정 회장의 보석 여부 결정을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정 회장측의 보석신청을 접수하고 이달 초 첫 공판을 열었다.
최근 검찰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한 정 회장 및 현대차 임원진 3명의 공소장도 이 재판부에 제출돼 있다. 재판부가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요건은 일단 갖춰진 셈이다.
검찰이 이달 1일 정 회장의 보석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형사소송 규칙상 '의견서 접수 후 1주일 이내'로 돼 있는 보석 여부 결정 기한은 이미 지났지만 이는 권고규정일 뿐 강제력이 있는 효력규정이 아니다.
법원이 보석 여부 결정을 위한 형식적 절차와 요건이 갖춰졌음에도 결정 기한을 넘긴 것은 현대차 사건을 둘러싸고 수사단계부터 제기됐던 본질적 가치문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장인 김동오 부장판사는 "이달 12일 두번째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진 후 증거조사에 착수해야 수사기록이 제출되므로 아직 상황 변동이 생기지는 않았다"면서도 "반드시 수사기록을 다 열람한 뒤에야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판단의 문제이며 여러 요소를 보고 있다"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경영공백'·'경제정의' 놓고 고심 = 기업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위기론'과 이번 기회로 기업의 부패 관행을 척결해야 한다는 '경제정의론'의 충돌은 정 회장의 보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재판부에 가장 큰 고민거리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회장 구속 직후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과 체코 현대차 공장의 착공이 잇따라 연기된 사례가 있고 향후 현대차 경영과제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면 그룹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비리는 정 회장 부자가 무리한 '세습경영'을 시도하다 벌어진 만큼 이번 기회에 기업문화를 바로잡아 투명한 전문 경영인 체계를 마련토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검찰측 논리도 법원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다.
최근 '현대차 위기론'이 과대포장됐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고 유가급등과 환율하락이 지속되면서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경영공백 여파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엇갈린 전망 속에 법원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MK 건강과 법원 구속관련 원칙도 '변수' = 최근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기도 했던 정 회장의 건강상태도 보석 여부를 결정짓는 데 변수가 된다.
특히 정 회장은 호흡기 질환과 급성심근경색, 뇌경색 등이 우려된다며 보석을 신청한 데다 수감생활이 장기화될수록 실제 몸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표방한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의 경우 구속 원칙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힌 점은 재판부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불구속 재판'은 지켜져야 하지만 엄한 처벌이 예상되는 피고인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이 법원 내에 이미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할 뜻을 공언한 점도 이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
정 회장의 보석허가 여부는 기업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원칙이 지켜지는지를 가늠케 해주는 시금석이 된다는 의미도 있어 재판부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