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의 창)경기장은 흥겨운 축제의 현장

한국과 토고와의 월드컵 본선 G조 경기가 열린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32℃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다. 경기장인 발트 슈타디온은 강렬한 햇살을 차단하기 위해 지붕을 덮었다. 경기가 열리기 전인 13일 오후 5시 무렵부터 발트 슈타디온은 붉은 악마와 독일인 등 외국 관중들이 몰려들기 시작, 경기장 주위는 인파들로 넘쳐났다.

경기기 시작되기 전에는 더없이 흥겨운 축제의 현장이었다. 한국에서 온 붉은 악마 응원단은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 등으로 치장한 채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등을 외쳤다. 토고인들 역시 노란 상의 유니폼을 입거나 토고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토고~' '토고~'를 외치는가 하면 민속의상을 입고 민속 음악을 연주하면서 흥을 돋웠다.

한국 응원단과 토고 응원단은 경기장 주위에서 마주 치면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가 하면 경기장 인근 행사장 무대에 함께 올라가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와 어머니 장 씨도 경기장을 찾았다. 박씨는 "지성이와 통화를 했는데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나 아무래도 큰 경기여서 긴장하고 있다"며 "지성이와 우리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서 이기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4만명을 수용하는 발트 슈타디온은 붉은 악마들이 곳곳에 자리잡아 뜨거운 응원 구호와 함성으로 경기장을 압도, 이 곳이 마치 한국의 경기장인 듯 느껴지게 했다. 토고 응원단은 한, 두군데 정도에 100여명 정도로 소규모로 모여 있었고 대신 독일 등 외국 관중들은 응원이 약한 토고를 많이 응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경기장을 휘감았다. 한국 선수들은 긴장한 듯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다 점차 경기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그러나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별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던 토고는 전반 31분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모하메드 카데르가 김영철 등 한국 수비 2명을 따돌리고 대각선 슛, 선제골을 얻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은 후반 들어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초반 박지성이 날쌔게 토고 문전 중앙을 돌파하다 토고 장 폴 아발로로부터 반칙을 얻어냈고 아발로는 퇴장 당했다. 이를 이천수가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동점을 뽑아냈고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던 안정환이 극적인 역전 골을 뽑아냈다. 경기장은 한국 응원단의 뜨거운 함성으로 들썩였다. 한국은 이후 세 번째 골을 노리기 보다 볼을 돌리며 경기를 조절했고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끝까지 역전골을 지킨 한국은 원정으로 치러진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두었다.

경기가 끝난 후 승리의 기쁨을 안은 한국 응원단과 패배의 아쉬움을 간직한 토고 응원단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며 서로 축하와 위로를 보냈다. 양 팀 응원단은 독일 월드컵의 슬로건인 '이제 친구를 사귀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크푸르트(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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