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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허둥거린' 경찰 '허덕인'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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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불법 점거농성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역할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점거농성이 9일 만인 21일 새벽 노조원들의 자진해산으로 막을 내렸지만 경찰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지켜본 취재진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경찰은 포스코 본사 건물에 대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진압을 시도해 애꿎은 전경들만 부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자초했다.

이후 경찰은 진압다운 진압도 못 해보고 사태를 장기화시켰고 6천여 명이라는 대규모 경찰력은 본사 건물을 경비하는데만 그쳤다. 이 경찰력은 오히려 외부에서 열린 집회에 동원돼 시위대의 포스코 진입을 막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는 노조원 한 명이 경찰과의 충돌로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가하면 노조원 가족인 임신부를 폭행, 유산 위기까지 몰고가 노조원과 가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가 끝났지만 또 다른 분규의 불씨를 남겨둔 셈이 됐다.

농성 노조원들의 자진해산도 그렇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하는 정보를 전혀 모른 채 외부의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사건의 핵심인 이지경(39) 포항건설노조 위원장의 인터뷰를 원천 봉쇄한 부분도 이해 못할 부분이다. 이 때문에 취재진과 험악한 분위기를 벌이기도 했다. 취재진은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이 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말도 안 돼는 '경찰청 홍보지침'을 내세우며 허락지 않았다.

농성 지도부를 검거하고도 1시간여가 지난 다음 모습을 공개했다. 입단속이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었다. 뒤이어 말쑥한 사복차림의 윤시영 경북청장이 농성장을 빠져 나갔다. 모든 경찰이 전투복을 입고 작전에 임하고 있는데 정작 최고 지휘관은 사복 차림이었다. 이번 사태에 임한 경찰의 정신자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한 전경은 "누구는 생고생하고, 누구는 폼잡고…."라고 했다.

사회2부 이상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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