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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전봉관 지음/살림 펴냄

역사는 크게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구분 된다. 정사는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편찬한 역사, 야사는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 또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다. 정사는 이성의 영역, 공적인 영역을 다루고 야사는 욕망의 영역, 감추고 싶은 사생활의 영역을 취급한다. 정사 보다는 야사가 더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신문과 잡지에 10여 차례 보도되며 당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역사책에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4건의 살인 사건과 6건의 대형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살인과 스캔들은 어느 시대에나 발생한다. 세간의 이목을 한껏 모았던 살인 사건과 스캔들도 곧 잊혀진다. 탈옥수 신창원, 연쇄 살인마 유형철 사건만 봐도 그렇다.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 가지는 사회, 문화사적 의의는 적지 않지만 살인 사건과 스캔들은 역사책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저자는 이들 모두 역사이고 소중한 연구 대상이라 강조한다.

저자가 꼽은 식민지 조선을 뒤흔든 4건의 살인 사건은 조선인이 조선인 유아를 살해한 죽첨정 단두(斷頭) 사건, 조선인이 일본인 순사 가와카미를 죽인 사건, 일본인이 조선인을 죽인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희대의 살인 백백교 사건 등이다.

1931년 7월 31일 밤 부산 초량정 철도국 관사에서 조선인 하녀 마리아 변흥례가 참혹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일본인 집주인 다카하시 부인과 정부인 이노우에를 공범으로 검거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모두 무죄 방면된다. 저자는 살인 사건을 통해 식민지 조선인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폭로하고 있다.

또 저자는 독립운동가이자 존경받는 교육자인 박희도 중앙보육학교 교장의 여 제자 정조 유린 사건을 둘러싼 불꽃 튀는 진실게임,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장인 윤택영이 빚에 쪼들려 중국으로 도망친 사건,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를 그린 이인용 남작 집안 부부 싸움, 조선 최고의 테너로 칭송 받았던 이화여전 안기영 교수가 여 제자와 함께 벌인 애정 도피 행각, 이화학당 최고의 수재이자 미모의 여인 박인덕 이혼 사건, 조선 최초 스웨덴 경제학사 최영숙의 애사(哀史) 등 근대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은 스캔들을 통해서는 폐망을 앞둔 조선 왕실가의 부패한 자화상, 나라 팔아 먹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던 조선 귀족들의 비참한 종말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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