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한 성인오락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10명 안팎의 손님들이 '게임'에 한창이었다. 게임기는 자동으로 돌아가고 손님들은 연이어 1만 원권 지폐를 집어넣었다.
일부 손님은 기계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게임기 화면이 흐려지면 금세 자리로 가곤 했다. 연타가 터진다는 예시가 떴기 때문.
"손님이 20% 정도 줄었어요." 업주의 말이다. 죽겠다는 얘기를 줄줄 쏟아냈다.
하지만 경찰의 대대적 단속이 있기 전과 손님 숫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성인오락실 관계자들의 얘기. 한 업주는 "바다이야기가 없어지면 다른 게임기로 바꿔서 또 영업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계당 700여만 원, 평균 80대 정도를 설치한 업소들은 초기 자본금만 6억~7억 원이 든다. 하지만 하루 매출 1천만~2천만 원, 많은 곳은 1억 원을 넘기에 6개월만 지속하면 본전을 뽑는다는 말도 허투루 흘러나온 말은 아니다. 포기하기 힘든 돈벌이인 셈.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중동의 바다이야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갔다. 왜 단속하느냐는 손님들의 아우성이 터졌다. "허가해 줄 때는 언제고 단속은 또 뭐야?" 한 손님이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상어 한 마리가 게임기 화면에 비친 뒤 상품권으로 환전되는 포인트가 마구 오른다. 이른바 '메모리 연타'. 경찰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경찰은 메모리 연타가 사행 행위에 해당된다며 이 업소를 적발했다.
비슷한 시각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한 성인오락실에도 대낮이지만 손님 숫자가 30명은 넘었다. 게임기수도 100대가 넘었다.
실내 에어컨 바람을 피해 잠시 바깥으로 나왔다는 한 이용객은 "처음부터 허가를 내주지 말든지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쉽게 포기하려 하겠느냐."며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성인오락실은 규모가 클수록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업소 업주는 "타격은 있겠지만 성인게임장이 없어지기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불거져 나오고 있는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근 또 한 명의 업주는 "규모도 작고 뒤늦게 이 일에 뛰어든 사람들은 이번 단속에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용객들 대부분이 규모가 큰 곳을 선호해서다. 규모가 큰 곳일수록 '대박'터지는 이들도 많기 때문.
같은 날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의 바다이야기 한 가맹점은 '임대'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언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지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자 가게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부근의 한 성인오락실 업주는 "단속이 강화된 이후 되는 집은 되고 안 되는 집은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계절이 가을로 깊어가는 만큼, 오락실 업주들의 영업계속 여부에 대한 고민도 깊어가고 있는 듯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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