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입주가 시작된 대구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옛 황금아파트)는 아파트 이름만 바뀐게 아니다. 4천256가구, 1만 5천여 명의 아파트 주민들 대다수는 잘 모르고 있지만 1단지~5단지 아파트 및 상가들의 9개 주출입구엔 올 초 준공과 함께 새 주소판이 붙었다. 새주소엔 동과 번지가 없다. '황금동 ○○번지 ○○통 ○○반'의 현 지번 주소가 '중동로 50(건물번호)' 등의 새 도로 주소로 간편하게 바뀐 것.
이곳 뿐만이 아니다. 대구시내 모든 건물(달성군 일부 제외)엔 이미 10년전부터 지금까지 6천889개의 도로명과 21만 7천852개의 건물번호가 달렸다.
원 모양의 새 '문패' 아래쪽엔 ○○로(대로) 또는 ○○길(소로)이 표기돼 있고, 윗쪽엔 고유 건물번호가 어김없이 새겨져 있다.
현 토지번호(지번·地番) 주소는 개발 순서대로 고유번호를 매겨 분할, 합병때마다 새 지번이 생기는 복잡한 구조. 반면 특정 도로를 출발점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로 건물번호를 달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새주소는 대부분의 선직국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
실생활에 전혀 쓰이지 않아 '돈먹는 하마'로 논란을 빚었던 우리동네 '새주소'가 사업 10년만에 법정화 절차에 돌입했다.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이 지난 8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 본회의 및 법 공포 이후 오는 2012년부터 대구를 비롯, 전국 모든 건물에서 현주소 대신 의무적으로 새주소만 써야 하는 것.
대구시도 20일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와 소방, 경찰을 아우르는 통합 홍보 시스템 구축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돼 이달말쯤 법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 차원의 다양한 새주소 홍보 계획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어설픈 사업추진이 끊임없는 '혈세낭비' 비판을 부추겼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새주소사업을 거의 끝마쳤지만 정작 정부는 주민등록, 토지대장, 등기부 등본 등 관련 13개법 주소를 현 방식 그대로 놔 둔 것.
택배회사, 우체국은 물론 소방, 경찰에서도 새주소를 외면했고, 이에 따라 행정기관에서 공짜로 달아주는 새주소를 실제 집주인은 잘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 정부와 여당이 법 통합 제정을 통한 새주소 도입의 첫 토대를 마련했지만 일선 지자체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인구 60만 명에 도로명 581개와 건물명 3만 1천142개의 새주소 사업을 모두 끝낸 대구 달서구의 올해 홍보예산은 고작 1천만 원. 행정자치부는 새주소사업 정착을 해당 지자체에 일임했지만 재정구조가 열악한 대구 행정기관들은 관련 예산 확보에 무대책이라는 것.
체신청을 산하에 둔 정통부와 경찰, 소방 등 행자부 다른 조직들에게도 새주소 사업은 남의 일. 법 공포가 코앞인데도 이제서야 정부 부처간 통합 추진 시스템을 추진하기 때문.
이와 관련, 새주소 사업을 총괄하는 구·군청 및 대구시 담당들은 "'새주소 홍보는 국가 정책사업으로 추진해 중앙정부 재정을 함께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조만간 정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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