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거나 연주를 듣거나 전시장을 찾는 행위를 우리는 '문화적 활동'이라 칭합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다보면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공연…, 팔자 좋은 사람들의 호사이지."라며 문화적 활동을 평가절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하면 힘들기 때문에 때로는 휴식과 여유, 위로가 필요합니다. 힘든 일상으로 인해 지칠 만큼 지쳐 방전된 삶을 재충전 할 수 있는 곳, 그 곳에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대구시연합회(대구예총) 최영은 회장(53'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음악이든 미술이든 전시회이든 조건 없이 문화현장을 한 번 가보라고 권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구노'의 장엄미사를 들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를 팔공산 자락 수정식당에서 만나 그의 음악인생과 식도락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소박하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때면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찾아가곤 합니다."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연주를 앞두고는 체력관리를 위해 일부러 고단백질 식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연습기간만도 평균 6개월이 걸리는 오페라의 경우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체력강화는 필수적이다.
"연주 테크닉연마도 중요하지만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자기관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죠."
또 공연이 끝나면 늦은 밤 리셉션이 열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다 보면 과식도 더러 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최 회장은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됐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다보니 청국장과 순두부를 잘 하는 수정식당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집에서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아내에게 순두부를 끓여달라고 조릅니다. 겨울에 뜨끈뜨끈한 순두부는 정말 별미입니다,"
고교 시절 최 회장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자 목회자인 부친과 은사가 음악(성악)을 전공해 볼 것을 권했다. 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가정환경과 중창단활동에서 발휘한 소질(베이스 바리톤)도 한몫을 했다.
최 회장이 문화예술인들의 권익과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구예총의 수장을 맡은 지 6개월. 지역문화발전과 대구예총의 역할이 궁금했다.
"문화는 삶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대구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은 열악합니다. 예총의 존재이유가 회원들의 권익과 자유로운 창작활동 지원에 있기 때문에 우선 안으로 각 단체 간 화합에 치중하고 이후 바깥으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지역 예술인의 활동을 진작하는 방편으로 기업의 메세나(Mecenat·문화예술, 스포츠, 공익사업 등을 지원하는 기업의 지원활동)운동을 강조했다.
"기업은 나름의 이미지 제고와 이익금의 사회적 환수를 위해서 좋고 예술인은 나름의 창작동기를 부여하는 메세나 운동은 양자에게 '윈-윈 전략'인 셈입니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인 각자의 노력도 따라야 한다. 청중이나 관람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문화란 더 이상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
"예술의 세계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오직 피나는 연습과 자기연마가 있을 뿐. 그리고 이러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 기초와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 및 관심이 없어서는 곤란한 일이죠."
순수예술이란 어쩌면 문화의 원칙을 가늠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최 회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지나친 기교보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가난한 러시아 노부부가 어렵사리 구한 발레 티켓을 지니고 공연날짜가 오길 기대하며 만족감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글을 읽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문화란 그에 맞는 수요가 따라야 수준 높은 무대도 서게 되는 게 아니겠어요?"
◇수정식당
최영은 대구예총 회장이 찾은 수정식당은 그가 팔공산 등산 후 '어디 맛있는 집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청국장·순두부 전문점이다. 전원풍의 주변 환경과 저렴한 값에 양질의 콩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외국손님들을 초대해 접대를 해도 반응이 좋아 단골로 삼을 집이다.
이곳은 우리 콩을 원료로 한 청국장과 손두부, 촌두부를 메뉴로 제공하며 팔공산 송이버섯을 이용한 송이정식 등 다양한 송이 요리도 연중 맛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제철을 맞은 송이는 맛과 향이 뛰어나 미식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이 팔공산 자연송이를 집하해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동구 도학동 백암 삼거리에서 동화사 방향으로 약 2km를 가면 왼편에 있다. 문의:053)984-4670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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