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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착 새터민들 "사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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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손님들은 "마치고 한잔 더 하자."며 추근댔고 어떤 손님은 엉덩이를 슬쩍 건드리기도 했다. "어떻게 얻은 직장인데..." 이를 악 다물고 참기 일쑤였다.

3년 전 남한땅을 밟은 북한이주민(새터민) 김선희(가명·여·28)씨는 "그 때 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죽어라 일해도 한달에 100만 원도 채 안됐어요. 식당, 공장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남편은 이력서를 100통이나 넣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요."

탈북동지인 동갑내기 남편과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우여곡절끝에 섬유공장에 취업하긴 했으나 혼인신고를 하면 김씨의 정착 지원금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수입은 월 120만 원 정도. 임신 8개월인 김씨는 "가족을 모두 데려와 행복한 명절을 맞고 싶다."고 눈물을 닦아 냈다.

본사 기획탐사팀이 추석을 앞두고 지역(대구 316명, 경북 207명)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이들 대부분은 심각한 경제난, 취업난, 사회적 편견, 건강 악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경인의협)와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정신과 진료나 심리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택규 대경인의협 조직국장(대구정신과병원 전문의)은 "새터민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 중국, 제3국을 넘어오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초기에 불안증이나 불면증세를 보인다."며 "그후에도 적응 문제 뿐아니라 남한에서 하층민으로 편입됐다는 '자괴감' 때문에 큰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상당수 새터민들은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주변인'이었으며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훨씬 못한 사회적 냉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 딸, 아내와 함께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한 20대 탈북 가장은 "용접공, 건설인부, 대리운전, 자장면 배달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지만 월 100만 원 벌이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즘 일당 5만 원 짜리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그는 일감이 없는 날이면 잠든 아이들이 애처로워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한재흥 목사(자원봉사개발원장)는 "청소년, 여성, 가장, 노인 등에 맞는 특화된 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직업능력, 직장 적응력을 높인 후 취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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