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처음 손 잡던 날 한없이 따뜻했는데

사각사각 모두 잠든 사이 네게 적어본다.

째깍째깍 순간은 아쉽지만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또록또록 연필을 굴리고 굴려도 표현하기 어렵다.

함께 밟던 낙엽은 내겐 멈춰진 풍경인데

함께 걷던 거리는 네겐 지나간 추억인가보다.

너의 하얀 손을 처음 잡던 날 한없이 따뜻했는데

서글프게도 이젠 처음 인연이 되려나보다.

내 짧은 머릴 보고 걱정스레 쳐다보기만 했었지.

내 옷깃을 여미며 다음 다음 가을에 돌아오라 했었지.

기다리마 약속은 없었지만 이 순간이 올거라 상상도 못했지.

네게 받은 편지는 몇 번을 읽고 읽어 내 맘처럼 구겨져 버렸지.

당장이라도 네게 뛰어갈까.

무슨 얘기라도 듣고 싶어서.

널 증오하고 미워할까.

어떤 말이라도 들리지 않아서.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려하니 갈림길이 생겼나보다.

난 매일 너와 행복을 꿈꿨지만 넌 조금씩 다른 꿈을 꿨나보다.

널 인정하고 잊으려하니 넌 내게 첫사랑이 되려나보다.

또록또록 연필을 굴리고 굴려 써내려 간 편지.

째깍째깍 시간만 좀먹어 주소도 없어진 편지.

꼬깃꼬깃 접어접어 내 맘속에 넣어둔다.

솔로부대 김상병(대구시 남구 이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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