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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이정화 作 '유리창 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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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닦기

이정화

얼룩진 상처가 있음으로

오늘

나의 손끝이 그에게 닿네

늘 마알가니 개어 있을 때

참 완벽한 정물이었을 뿐

없는 듯 잊혀진 정물이었을 뿐

내 사랑은 차단되어 있었다

켜켜의 앙금을 씻어낸 후

호호 따슨 입김으로 문지를 때

다시 돋는 새 살

푸른 실핏줄에 꿰비쳐 흐르는 전류

만약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가 있다면 그 유리는 '없는 듯 잊혀진 정물'에 지나지 않을 게다. 그러면서도 이쪽과 저쪽의 관계를 차단한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에 의해 '사랑은 차단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유리에 '얼룩진 상처가 있'으면 비로소 그 존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결국 그 '얼룩'으로 인하여 인간의 손길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얼룩진 상처를 보여줄 때, '나의 손끝이 그에게

닿'는다. 그렇다. 서로의 상처를 '따슨 입김으로 문지를 때', 비로소 인간관계는 '푸른 실핏줄에 꿰비쳐 흐르는 전류'처럼 이어질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얼룩진 상처'에 따스한 입김으로 문지르는 일일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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