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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0년] '작은 거인' 정영준 "고난이자 또 다른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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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춥고 고통스러웠던 1997년 겨울.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직장에서 쫒겨나거나 부도를 내고 거리를 헤매던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IMF 10주년을 맞아 그들의 좌절과 재기, 성공담을 추적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이렇게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1일 오전 7시 대구 앞산 중턱에서 만난 다원아이디(인테리어업체) 가족 5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정영준(44) 사장, 이정호(42) 이사, 김종완(39) 공사부장, 장주호(38) 디자인실장, 장철호(37) 공무부장.

이들은 IMF 당시 (주)우방의 한 부서에서 근무하던 동료들. 지난 2000년 인테리어업체를 함께 창립해 현재는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저흰 가족이에요. 우리가 뭉치면 못할 일이 없어요."라는 말을 셀 수 없을 정도로 했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고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한때 이들은 IMF로 인해 뿔뿔이 흩어질뻔 했다. "IMF직후 예전에 받던 월급의 60%를 받으며 버티다가 2000년 8월 우방이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함께 나왔어요."

맏형 정 사장은 우방에서 10년 가까이 같이 일하던 부서원들과 회사를 차렸고, 그때부터 말못할 고난이 시작됐다고 했다. 당시 인테리어업체는 직원 3, 4명이 고작이어서 주위에서는 '너무 크게 시작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 사장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동료 1명이라도 내버려둘 수 없었다.

"회사를 세우고 6개월간 밤낮으로 뛰었지만 월급 한푼 가져가지 못했어요." 김 부장의 회고다. "집사람이 멀리서 찾아오신 장모님을 위해 저녁상을 차리는데 쌀독과 냉장고가 텅 비어 있었어요. 자장면 한그릇을 대접했는데 나중에 장모님이 쌀 한포대와 참기름 1통을 놔두고 가신 것을 알고 펑펑 울었어요. 그때부터 집이나 작업장의 냉장고를 하루에도 몇번씩 열어보고 꽉꽉 채워넣는 습관이 생겼어요."

장철호 부장도 아픈 기억을 되살렸다. "5년전 회식자리 기억나시죠? 임시 사무실 옥상에서 공사장 전등만 켜놓고 삽겹살로 망년회를 했잖아요. 전등불 빛이 약해 잘 보이지 않아 고기가 채 익기도 전에 먹다 전부 배탈이 났지요."

2000년말 4천만원 공사를 첫 수주해 대구 북구 팔달교에서 차 경적을 울리며 함께 기뻐했던 이들은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하며 다원아이디를 지역 정상권의 업체로 키웠다.

이들은 키가 채 170cm도 되지않는 정 사장을 '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정 사장의 얘기다. "모두 동생들 덕분이죠. 힘들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믿고 따라 줬고 지금도 언쟁 한번 없어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겁니다."

산행을 마치고 인근 고깃집으로 향하는데 장 실장이 농담을 했다. "형님! 오늘은 쇠고기 네요. 이제는 덜익은 것 먹어 배탈날 일은 없겠네요."

산 꼭대기의 겨울 칼 바람보다 혹독했던 IMF를 함께 견딘 이들 형제들. 이들에게 IMF는 고난이면서도 또 다른 축복이었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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