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진경 作 이팝나무 꽃 피었다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봄날 우포늪에서 건져온 논우렁이 몇 마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삶아봐야 별로 먹을 게 없을 것 같아 수련을 키우는 질자배기에 넣어 둔 것이다. 그런데 여름을 지내고 들여다보니 빈 껍질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봤더니 성냥 알만한 새끼들이 빈 껍질에 소복이 달라붙어 있었다. 새로 태어난 새끼들이 제 어미 살을 다 파먹은 것이다. 어찌 논우렁이만 그러하랴. 우리도 우리 엄마의 몸을 파먹고 몸피를 키웠으니―. 오늘은 어버이날, 연로한 어머니를 한번 업어보시라. 어머니의 몸이 그토록 가벼웠다는 사실에 당신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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