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생색만 내는 대구시 경제정책

조해녕 전 대구시장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구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었다. 그 사이 대구는 인천에 밀려 3대 도시에서 4대 도시로 전락했다. 인구가 줄고 있어 인천과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대전이나 울산에도 추월당할 형편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범일 시장이 당선됐다. 시장 취임 1년이 다된 김 시장의 현재 성적표는 적어도 B+는 될 것 같다. 세계육상선수권경기대회 유치가 점수를 크게 올렸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 선정 관문까지 통과한다면 아마 상종가를 기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지방선거에선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대구 도심의 길거리 상점들은 속속 문을 닫고, 슈퍼마켓 등 골목 상권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 소매점의 공세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수수방관이다. 뒷북 대책이거나 허술한 대책마저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국가산업단지가 없는데다 공장용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대구 제조업의 핵심인 성서공단은 리모델링이 절실하다. 그러나 기존 공장이 잘게 쪼개져 3공단처럼 누더기 영세공단이 되면서 슬럼화하고 있는데도 손도 못 쓰고 있다. 도심 난개발도 심각하다. 중심상업지역에 수도권 건설업체들이 신청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을 마구잡이로 승인해주고 있다. 지역경기 침체로 인해 상업용 빌딩 신축이 부진한 탓이긴 하나 비즈니스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면서 도심 요지에 주상복합아파트 허가를 남발하는 것은 정책의 난맥상과 短見(단견)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대구시의 현안들은 어느 것 하나 손쉬운 게 없다. 구조적인 문제이거나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해 시장으로서도 快刀亂麻(쾌도난마)식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래도 어려운 현안은 회피하고 자기 낯만 세우는 생색내기 사업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대구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스타기업' 육성과 그저께 발표한 '1천억 클럽' 등이 대표적 생색 사업이다. 그냥 둬도 잘 굴러가는 기업을 대상으로 생색을 낼 게 아니라 어려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영세기업과 골목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정과 정책을 펼치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지 않아도 기업과 사람들이 제 발로 대구를 찾고, 대구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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