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최고봉 오른 대구 63세 실버 산악인 이장우씨

팔공산 갓바위∼가산산성(25km) 종주 750회 '노익장'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원으로 18일 오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른 대구의 60대 산악인 이장우 대원. 왼쪽 작은 사진은 이날 먼저 에베레스트에 오른 김성봉 대장. <한국산악회 제공>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원으로 18일 오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른 대구의 60대 산악인 이장우 대원. 왼쪽 작은 사진은 이날 먼저 에베레스트에 오른 김성봉 대장. <한국산악회 제공>

'팔공산의 힘'.

팔공산 주능선을 750차례나 오르내린 대구의 60대 산악인 이장우(63·대구시 동구 효목동) 씨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했다. 고산등반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산악인, 그것도 60대의 나이에 이뤄낸 쾌거다.

(사)한국산악회는 60세 이상 연령층으로 구성된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의 김성봉(66) 대장과 이장우 대원이 18일 오전에 동남릉 루트로 잇따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해발 8천m에 설치된 마지막 캠프를 나선 두 사람은 영하 20℃ 이하의 강추위를 참아내며 힘든 싸움 끝에 10여 시간 만에 정상을 밟는 데 성공했다.

이들 가운데 이 씨는 고산등반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 산악인이다. 부인 장순조(57) 씨는 "남편은 산에서 40여 일을 보내고도 체중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체력이 뛰어나다."며 "그래도 위험한 곳에는 왜 가느냐며 에베레스트에 가는 것을 말렸는데 평생의 소원이란 남편의 말에 걱정을 하면서도 웃으며 보내줬다."고 얘기했다.

장 씨는 또 "남편이 정상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17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한국산악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인하며 가슴을 졸였다."면서 "무사히 등정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헤아릴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이 씨는 경찰관으로 경주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경감으로 퇴임 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첫 도전은 2001년 백두대간 무지원 단독종주.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680km(오르내리막이 있어 실제거리는 1천200km)의 백두대간을 50구간으로 나눠 2년간 구간종주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씨는 출발부터 끝까지 외부지원없이 혼자서 41일간의 고행 끝에 종주에 성공했다. 30kg의 배낭을 메고 하루 평균 30km를 걸었다.

이후 이 씨는 9정맥(낙동정맥, 낙남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금북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을 차례로 종주했다. 2002년 낙동정맥 종주에는 20일, 2003년 호남정맥 종주에는 23일이 걸렸다. 이때부터 이 씨는 선후배, 동료 산꾼들로부터 '장군봉'으로 불렸다.

이 씨는 1대간 9정맥을 단독종주한 것 외에 팔공산 주능선(갓바위-가산산성까지 25km 구간)을 750회나 일시종주한 대기록도 갖고 있다. 5년 전에는 본격적인 등산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등산학교 정규반(57기) 과정을 수료하며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키워왔다.

백두대간 종주 등 그의 신화적인 등산 이야기는 2년 전 본지(2005년 5월 9일자)에 크게 실리기도 했다. 이 씨는 이때 "1대간과 6기맥, 정맥, 지맥을 다 밟고나서 85세에 백두대간을 역종주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백두대간의 북한구간은 통일이 되지않으면 아들이, 손자가 대신 꿈을 이루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 등정에 성공한 김 대장은 1941년 2월 1일생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최고령 한국인으로 기록되게 됐다. 등산 전문케이블방송인 마운틴TV의 대표로 일하는 김 대장은 2003년 한국산악회의 등산학교 전문가과정을 수료하는 등 늦은 나이에 등반 기술을 배운 뒤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키웠다. 특히 지난 2월 아내가 설암(舌癌) 수술을 받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훈련에 매진해왔다.

한편 한국산악회는 지난해 9월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실버원정대원 8명을 선발, 6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지난 3월 24일 히말라야로 떠났다.

이틀 전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의 사고 소식으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산악계에 희망을 안긴 실버원정대는 다음달 초 귀국할 예정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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