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검단동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돼지고기를 싣기 위해 냉동탑차 10여 대가 하역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5, 6명의 일꾼들이 냉동창고에서 돼지고기를 어깨에 메고 냉동탑차까지 마리 수를 세며 옮겼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한 식육업자는 "예전에는 도축장에서 돼지나 소를 사면 차까지 실어주는 일꾼에게 비공식적인 수고비 조로 '상차비'를 주곤 했는데 이제는 한 두당 몇천 원씩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돈이 됐다."며 "한 달이면 100만 원 가까운 돈이 팁으로만 나가는 셈"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지역의 축산물 유통이 요지경이다. 예전 식육업자들이 막걸리비로 몇백 원씩 하역꾼들에게 주던 '상차비(도축창고에서 냉동탑차까지 몇m씩 고기를 상처 내지 않고 옮겨주는 데 대한 수고비)'가 한 두당 수 천원씩 지급해야 하는 필수비용이 된 것. 게다가 이 상차비만을 전문적으로 받는 운송업체까지 생기면서 팁(?) 수준이 해마다 늘어 식육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식육점 주인(45)은 "돼지가 하루 10마리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이 팁으로만 들어가는 셈인데 어떻게 영업에 지장이 없겠느냐."며 "불과 4, 5m 옮겨주는 비용으로는 너무 비싼데다 창녕, 군위, 구미 등에서는 모두 서비스해 주는데 대구만 유독 돈을 받는 이유가 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구 식육업자들에 따르면 '상차비'는 10년 전 500원을 시작으로 2002년 대구축산기업조합이 축산물 운송권을 전 축산조합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주)D운수에 넘기면서 2천 원까지 올라 식육업자들의 불만이 시작됐다. 또 당시는 2천 원이었지만 축산시장이 어려워지자 D운수가 조금씩 올려 현재는 마리당 3천500원까지 올랐다. 하루 돼지고기 400~500두를 옮겨줄 경우 140만~175만 원의 상차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D운수 관계자는 "축산시장이 점점 줄고, 식육점주들이 도축장에 직접 탑차를 갖고 오는 경우는 운송비를 받을 수가 없는 등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상차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월평균 돼지고기 1만 3천~1만 4천 마리, 소고기 600마리(상차비 1만 2천 원)를 하역 또는 운송해주고 있지만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D운수는 도축장에서 각 식육점에 돼지고기를 운반해줄 경우 1만 원의 운송비를 받고 있으며 직접 가지러 올 경우 3천500원의 상차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차비가 일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확인 결과 예전 상차비의 직접 수혜자였던 일꾼들의 임금은 3년째 동결 상태였다.
이에 대구축산기업조합 관계자는 "운송권은 다른 법인에 넘겼기 때문에 조합이 관여할 바가 아니고 상차비가 필수비용이 된 까닭은 모른다."면서도 "금융권에서 수익이 떨어지면 수수료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현재 상차비는 업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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