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경북 방문의 해] (19)예천

회룡포에서 하늘 한자락, 바람 한 줌, 별을 만나다

① 경북 예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하늘과 바람, 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전국 어느 곳보다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서면 경치에 놀란다. ② 드라마
① 경북 예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하늘과 바람, 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전국 어느 곳보다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서면 경치에 놀란다. ② 드라마 '황진이'가 촬영됐던 병암점. 바위 위에 내려앉은 정자가 인상적이다. ③ 중요민속자료 210호인 예천 권씨 종택. 이곳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 책판교본(사진)이 있다. ④ 예천천문과학센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고성능 망원경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⑤ 명당이라는 금당실마을의 돌담길.

경북 예천. 하늘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수천만 원짜리 산소발생기가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신선한 공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덤으로 아름다운 풍광과 고풍스런 옛 집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 비록 화려한 멋은 없지만, 시나브로 사람들의 눈을 매혹시키는 마력을 예천은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 바람, 그리고 별

경북 북부에 자리한 예천.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이 고장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별 볼일 없는 곳'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천은 이 말부터 뒤집어버린다. 예천에 가면 여름밤의 멋진 별을 낚아챌 수 있는 천문과학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자녀들은 물론, 어른들도 '별천지'에 깜짝 놀란다. 최첨단 고성능 망원경으로 우주 속 별을 내 눈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곳.

전국의 다른 대도시 천문대와는 달리, 산꼭대기까지 숨가쁘게 올라갈 필요가 없다. 과학기술부가 재단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는 예천의 천문대는 평지에 위치, 헐떡거리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낮에 가야 하는데 별을 못 보면 어떡하냐고? 걱정 안 해도 된다. 낮에는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100여 명의 인원이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먹고 자면서 1박 2일간 천문연수 프로그램도 수강할 수 있다.

하늘 속을 들여다보다 지쳤다면 하늘과 물, 땅이 만나 있는 곳을 들러보자. 회룡포.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비룡산을 끼고 한바퀴 되돌아 흘러나가는 독특한 지형. 안동 하회마을, 강원도 영월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 물돌이동(물이 육지를 돌아나가며 생긴 지형)이다.

회룡포는 방송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자전거를 타며 어린 시절을 보내던 장면을 만들어낸 곳. 전망대에서 숨을 쉬어보면 공기가 '특1급'이다.

전망대 아래로 내려간 뒤 '아르방다리'를 건너 회룡포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공사장에서 쓰는 철제 구조물을 엮어 다리를 만들어놨는데 건너다 보면 재미있다.

움직이지 않는 정경이 지루했다면 '움직이는' 곤충을 만나러 가는 것도 좋다. 예천은 국내 처음으로 산업용 곤충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곳. 농작물 수정에 사용하는 '호박벌'을 이곳에서 키우고 있다. 호박벌을 통한 수정은 친환경 농업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호박벌이 수정을 하면 농약을 칠 수 없어 저절로 안전 농산물이 만들어지기 때문.

예천은 오는 8월 11일부터 곤충 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7월쯤이면 거대한 '곤충 타운'의 문을 연다.

◆옛것을 찾아서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당실마을을 둘러보자. 금당실마을은 전쟁이나 천재지변도 피해가는 명당 중 명당으로 이름난 곳. 실제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도 피해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마을 모양이 '물에 떠 있는 연꽃'을 닮았다 해서 이름이 유래됐는데 정감록에서는 우리나라 10승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잘 보호된 2㎞ 거리의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마을 곳곳에 이어지는 돌담길은 연방 셔터를 눌러대게 만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영화 감독들이 비켜갔을 리 없을 터.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곳에서는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데 고사리 꺾기, 금당실 벌꿀 뜨기 등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좋아한다. 몇천 원의 체험료는 받는다.

예천 권씨 종택(중요민속자료 210호)도 찾아가서 후회하지 않을 곳. 조선 중기 건축 구조 및 양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사대부가의 소박한 멋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귀한 서적들이 다수 보관돼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 책판교본 등이 있다.

인근엔 신라 경문왕 때 창건됐다는 천년고찰 용문사가 자리한다. 국내 1천여 사찰 중 유일하게 용문사에 있다는 불교공예품인 '윤장대'가 볼거리다.

예천·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경험자 Talk

▷정찬희(64·여·서울 신당동)=해외여행만 다녀봤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여러 가지 볼거리가 모두 만족스럽다. 예천에 오니 옛날 시골집 추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추억에 젖었다. 경북도가 홍보를 잘해 많은 사람이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강은수(60·여·경기도 구리시)=경상북도에 발을 디딘 것이 처음이다. 그런데 놀랍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는데 음식도 너무 만족스럽다. 경상북도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버렸다.

▷이도연(50·서울 목동)=경상북도 관광 마니아가 됐다. 이번 예천 방문이 벌써 네 번째다.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도 하도 여러 번 해 익숙해져 버렸다. 경북도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관광 경비에 비해 얻어가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박순곤(48·인천 주안동)='어서 오이소'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여행사인 하나강산 버스의 운전기사다. 여러 번 출장을 와보니 너무 좋아 예천 출장에서는 딸을 관광객 자격으로 동행시켰다. 아버지라면 자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경북이라고 자신한다.

♠ 주머니 Tip

경북 예천에서는 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상당수 관광지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예천군 사람들은 전국에서 가장 관광물가가 저렴한 곳이라고 했다. (여행 순서별로 따져본 경비)

첫째 날

회룡포(입장료 없음)-점심식사:순대국밥(3천500원), 순대 1접시(5천 원)-천문과학문화센터(어른 입장료 주간 5천 원, 야간 1만 원)-산업곤충연구소(무료)-병암정(무료)-예천온천(어른 4천500원)-저녁식사:묵정식(7천 원)-숙박(3만, 4만 원이면 가능)

둘째 날

아침식사:복어탕(6천 원)-금당실마을(입장료는 무료·체험료는 1건당 5천 원)-예천 권씨 종택(무료)-초간정(무료)-점심식사:시골백반정식(6천 원)-통명농요전수관(무료)-용문사(무료)

* 이번 주 여행코스:회룡포-천문과학문화센터-산업곤충연구소-병암정-금당실마을-초간정-용문사

* '어서오이소' 다음(6월 2, 3일) 코스는 '성주 야생화와 참외따기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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