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느 동네에 삽니까?"
30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도시철도 3호선(북구 동호동~수성구 범물동·23.95km)의 건설 공청회'는 지상화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성토장이 됐다. 패널로 참석한 김충환 대구시의원이 마이크를 들자마자 몇몇 청중은 김 의원의 출신 지역구를 빗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북구 칠곡 지역구인 김 의원은 "잘못이 없는데 왜 이런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다."며 발언을 채 마치지 못하고 마이크를 넘겨야 했다. 이후 공청회는 전세버스를 빌려 공청회 1시간 전부터 자리해 있던 수성구 범물동 주민 200여 명의 항의성 발언으로 진행됐다.
주민들은 잇따라 발언을 신청해 "우리 동네만은 반드시 지하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수성구 동아백화점~범물동 1.5km구간의 경우 아파트가 밀집한 곳인 만큼 동네를 흉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주민들의 강경한 태도 때문인지 패널들도 "지상화와 지하화는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입장은 확고했다. 시 관계자는 "모노레일식 전면 지상화가 사업타당성, 예산 사정에 미뤄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면서 "만일 기획예산처에 지하화안을 제출했으면 사업타당성 조사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언론을 통해 '전문가, 시민이 참석한 공청회를 거쳐 도시철도 3호선 지상화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날 공청회는 시가 전면 지상화 방침을 정해놓고 주민 설득 차원에서 열린 통과 의례였다. 실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지역별로 20여 차례 연 공청회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청회가 주민의견을 듣고 사업에 반영하는 장(場)이라는 점을 볼때 시는 지상화, 지하화를 결정하기 전에 일찌감치 이 같은 논의를 벌였어야 했다.
지역의 크고 중요한 사업을 놓고 '우리 동네는 절대 안 된다.'는 식의 주장도 그렇지만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절차를 밟는 대구시의 태도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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