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건강하고, 심성이 올바르고, 독립적이고, 똑똑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로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와 이런저런 일로 부딪치면서 마음의 여유를 잃고 절망에 빠진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방법은 있다. '말 안 듣는 아이'를 '말 잘 듣는 아이'로 변화시킨 엄마의 특별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지시 아닌 권유로
주부 김미영(37·대구시 북구 서변동) 씨는 딸 영경(13) 양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딸은 워낙 내성적이어서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고민하던 김 씨는 지난해 5월 청소년문화센터와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김 씨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아이의 문제가 부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경 양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직장 때문에 남에게 맡겨졌으며, 두 살 터울인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온통 동생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친구를 사귀라고 권한 것은 아이에게 또 다른 짐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또 김 씨는 아이에게 "이걸 해라!" 등 엄마의 입장에서 지시만 하고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지금은 달라졌다. 지시가 아닌 권유로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칭찬하면서 아이를 자주 안아준 결과,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경 양은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도 사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세 끼 식사로 자녀의 체력을 돌보아 주는 것처럼 따뜻한 칭찬으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조금씩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격려와 칭찬으로
오수연(29·여·대구시 동구 신암동) 씨는 딸 정인(6) 양 때문에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인 양이 걸핏하면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빼앗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기 일쑤였다. 집에서도 아빠가 꾸중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대들었다. 오 씨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정인 양을 할머니에게 맡겼다. 정인 양은 할머니가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다녔다. 친구를 사귈 줄도 몰랐다.
오 씨는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정인 양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렸다. 병원에서는 아이를 나무라는 대신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했다. 오 씨는 그때부터 작은 일이라도 칭찬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오 씨는 직장도 그만뒀다. 아이에게 엄마가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놀이터와 집에서 정인 양과 하루종일 놀아준 결과, 정인 양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싸우지 않는다. 친구들과도 잘 논다. 정인 양은 "예전에는 엄마가 꾸중만 해서 싫었는데 지금은 칭찬을 많이 해줘 좋아요."라며 웃었다.
오 씨는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화부터 낸 것이 부끄럽다."면서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칭찬을 많이 해 주는 것이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부모교육 받아야
김정숙(60·대구시 동구 방촌동) 씨는 7년 전부터 부모교육 강사를 하면서 말 안 듣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던 부모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씨도 아들(28)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갈등을 겪었다. 김 씨는 "한창 사춘기였던 아들은 무슨 일을 하라고 해도 잘 하지 않았고 대화도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민하던 김 씨는 한 부모교육프로그램을 듣고 자신의 태도를 바꿨다. 김 씨는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면서 "부모교육을 받아보니 아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의 긍정적인 면을 칭찬해주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았다. 무작정 나무라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아이와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들과 허물없이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정도가 됐다.
"부모교육 강의 도중 한 젊은 부부가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첫째 아이가 물건을 던지고 말을 안 듣는다면서 고민하더군요. 그것 때문에 첫째 아이가 미워지기까지 한다면서요. 부모는 아이의 행동 이면에 감춰진 욕구를 읽어야 합니다. 첫째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김 씨는 "부모들은 아이가 두세 살 때부터 부모교육을 받으면 좋다."면서 "대화방법 등을 배우면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부모교육 프로그램 이용해볼까
#'부모도 배워야 한다.'
자녀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은 상담소 또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부모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발달상담연구소는 '자녀와의 관계증진을 위한 부모교육'과 '적극적 부모역할 훈련', '자녀의 힘을 북돋우는 부모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자녀와의 관계증진을 위한 부모교육은 매월 초 시작되며 자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듣는 기술 등 자녀와 관계를 잘 맺기 위한 의사소통의 기법 등을 가르친다. 7월 실시하는 적극적 부모역할 훈련은 효과적인 대화법 등 자녀의 행동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고 올바른 자녀지도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9월 초 시작하는 자녀의 힘을 북돋우는 부모교육은 자녀와의 갈등 해결하기 등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을 배울 수 있다. 문의 053)653-1004.
대구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도 대화, 훈육, 집단상담 등 총 4가지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각 시·도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운영된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접수한다. 문의 053)426-8514.
심리상담 전문업체인 카운피아닷컴(http://www.counpia.com)은 '말 안 듣는 아이, 어떻게 할까요?', '부모-자녀 관계 심리학', '자녀의 문제행동 이렇게 풀어보세요' 등 자녀교육 온라인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문의 053)654-6636.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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