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행복과 불행

한국인 13명 등 모두 20여 명을 태운 캄보디아 여객기가 추락,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참사가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짬을 내어 여행을 떠난 젊은 기자도 있고, 중학생 남매의 미국 유학을 앞두고 기념여행에 나선 가족,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모녀도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로의 여행이라며 얼마나 설레 했을까. 집 대문을 나설 때의 발걸음은 그 얼마나 사뿐했으랴. 그들의 가슴 설렘과 기대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해 哀憐(애련)의 정을 금할 길 없다.

가끔 해외로 나갈 때 이륙 준비를 하는 비행기의 굉음을 들으며 얄망궂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도하는 모습들이 많은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지인은 비행기로 두세 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지만 더 이상은 힘든다고 했다. 누구는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자신도 모르게 아래윗니를 앙다물고 진땀을 흘리며 두 손으로 의자를 꽉 부여잡게 된다고 한다. 그러자니 두 어깨며 팔이 욱신욱신 몸살이 날 수밖에. 또 만약의 경우를 우려해 절대로 부부나 가족이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生(생)과 死(사)가 함께 어우러진 데가 어찌 비행기뿐이랴. 가만히 집안에 있어도 느닷없이 불행이 들이닥칠 수 있는 법이다. 그저 쭉 뻗은 탄탄대로라면 좋겠지만 곳곳에서 가로막힐 때가 많은 것이 인생길이다. 나이 들수록 돌이키기 힘든 일,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또한 우리 인생사다. 캄보디아로 간 그들인들 그 즐겁던 여행길이 이생에서의 마지막 외출이 될 줄 상상이나 했으랴.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겠다고 모두 모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사는 '행복 바구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불행 바구니'도 함께 주는 것이 아닌가. "행복을 나눠주겠다고 해놓고 왜 불행도 나눠주는 겁니까?" 사람들이 항의했다. 그러자 천사가 말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싫다면 모두 돌아가십시오."

야누스의 얼굴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행·불행이 함께하는 게 우리 삶임을 또 한번 퍼뜩 깨닫는다. 어제 같은 오늘, 그 평범한 일상이 눈물겹게 고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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