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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시험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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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색이 만연한 까까머리 중학생이 엄마를 대동하고 진료실을 들어선다.

"언제부터 이렇게 심하니?"

"3학년 올라와서 여드름이 나기 시작해 기말고사 시험 칠 무렵 심해졌어요"

어린이에서 총각으로 전환되면서 굵어진 목소리만큼이나 무뚝둑한 또래 남학생답지 않게 명랑발랄하다.

"요번 시험 잘 쳤다며 피부과에서 스킨케어해달라고 난리예요. 이번에 반 일등 했거든요."

귀찮은 듯 옆에 서있던 엄마가 묻지도 않은 한마디를 한다.공부 잘 하는 아들의 자랑이 배여 나온다.

이런 경우는 치료 예후도 좋고 나도 치료해주면 신난다. 아들은 사기 진작되어 엔돌핀 만발, 엄마는 기분 좋아 협조 만점이기 때문이다.

멍게라는 비속어가 떠오를 만큼 심한 여드름을 가진 20대 아가씨가 진료실에 들썩 주저앉는다. 그녀의 깊은 한숨이 여드름위에 겉돌고 있는 짙게 바른 화장품만큼이나 두껍게 나를 짓누른다.

"6개월 동안 고시촌에서 취직 시험 준비했거든요"

20대 청춘의 황금기를 한 평 남짓방에서 책상하나 놓으면 돌아서기조차 비좁은 음침한 곳에서 불태운 젊음의 댓가가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합격을 하긴 했는데 한 달 후 면접이라... 어렵게 공부해서 합격하고 얼굴 때문에 떨어질 지경이예요"

결혼식, 면접, 연주회등 시간이 정해져 있는 행사를 앞두고는 일단 치료시기가 중요하므로 나도 긴장된다. 자칫하면 치료 해주고 원망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즈음 새로 시도하고 있는 시술 방법을 적용하기로 하고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설명하면서 치료 방법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비장한 결의를 확인하고 나니 나도 자신이 생겼다.

" 제가 열심히 병원 다닐께요. 원장님도 최선을 다해 주세요. 제 일생이 달린 문제 예요."

공부 많이 한 취직수험생답게 한마디 덧붙인다.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죠. 진인사 대천명 인걸요"

정현주 (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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