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가수 조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메인 테마곡인 '안되겠니', 드라마 '불새'에서 주인공 에릭의 테마곡이던 '내 눈물 속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가수 조은(본명 이현기'24)의 노래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OST 가수로 알려진 조은은 벌써 3집 앨범을 내고 수록곡 '반성문'과 '머릿속으로 니가 막 걸어 다녀'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에 약속장소로 정한 야외 커피숍이 유난히 야속하게 느껴졌다. 둘 다 얼음이 꽉 채워진 아이스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워낙 추운 탓에 둘은 서로에게 몸을 바짝 붙였다. 가까이서 보니 휜칠한 키에 얼굴도 미남형. 대뜸 여자친구와 이상형에 대해 물었다. 큰 소리로 웃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했다. "여자 친구와는 일년 전에 헤어졌어요. 연기를 하던 친구였는데…. 서로가 너무 바빠서. 사랑보다는 일을 택하자며 헤어졌어요. 이런 거 얘기하면 안 되는데…."

단대부고 헤비메탈 밴드인 '각시탈'에서 보컬로 활동하던 조은은 형 덕분에 자신의 음악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형이 하루가 멀다하고 록 음반을 사왔죠. 처음에는 그저 시끄럽게만 들렸는데 어느새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레 음악을 따라 부르면서 그 음악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때 음반이 다 낡을 정도로 들었던 스키드로우, 에어로 스미스, 건즈 앤 로우지즈. 늘 듣던 음악과 고교시절 주로 부르던 노래와 달리 음반을 내면서 발라드로 전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고교시절에는 그저 록이 최고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학(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면서 음악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알게 된거죠. 하지만 발라드 가수로서 원동력도 록에 있습니다."

앨범은 잘 팔리는 지 슬쩍 물어보았다. "벌써 3집 앨범이냐며 놀라는 분들도 적잖습니다. 2003년에 1집 '아이 윌 트라이'(I will try)로 데뷔한 뒤 쉼없이 노래를 불렀어요. 이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메인 테마곡을 불렀죠. 1집보다 더 인기를 얻었습니다. 2004년에는 2집 타이틀곡 '슬픈 연가'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진짜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조은은 2집 앨범을 낸 뒤 1년6개월 정도 공백을 가졌다. 한창 얼굴이 알려지고 가수로서 욕심도 부릴 시기, 이유가 궁금했다. "데뷔한 뒤 제 음악이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에게 밀리는 게 한 순간이더군요. 그때부터 제 자신을 없애고 자기반성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대결절까지 겹쳐지면서 좌절감도 많이 느낀 시기였지만 다시 거듭난 2년이었죠."

힘든 시기를 거치고 탄생한 3집은 서정적인 감수성이 다분하다. "발라드를 부르려면 가수 자신도 많이 외로워져야 합니다. 그렇게 느낀 마음을 노래 속에 담아낼 수 있죠."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일부러 외롭게 살고프다는 말에 놀랐다.

그런 그의 인생에서 모델로 삼고픈 사람은 바로 조용필이라고 했다. "그만큼의 인기를 말하는게 아니라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말이죠. 노래를 듣는 사람을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눈물짓게 할 수 있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야외 커피숍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 외로움을 담아 노래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서 외로움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외로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은 소주집으로 향했다.

작성일: 200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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