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 시조산책-장순하 作 '乳房(유방)의 장'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乳房(유방)의 장

장순하

난 몰라,

모시 앞섶 풀이 세어 그렇지

백련 꽃봉오리

산딸기도 하나 둘씩

상그레 웃음 벙그는

소리 없는 凱歌(개가)!

불길을 딛고 서서

옥으로 견딘 순결

모진 가뭄에도

촉촉이 이슬 맺어

요뇨히 시내 흐르는

내일에의 동산아!

그런 기분이랄까요, 한 폭의 미인도를 어디 문갑 속에라도 감춰 뒀다 몰래 꺼내 보는 듯한. 시행을 따라갈수록 저절로 눈이 감기는, 오오 '소리 없는 개가!'

'백련 꽃봉오리'와 '산딸기'는 관능을 감싼 수줍음의 은유. 여미고 또 여며도 봉곳하니 드러나는 젖가슴을 어찌합니까. '난 몰라, 모시 앞섶 풀이 세어 그렇지'. 짐짓 둘러대지만, 입가엔 어느새 상그레 머금는 웃음. 부끄러움도 참 아름다운 부끄러움입니다.

향기와 기품이 넘치는 여인의 매무새가 행간에 긴 여운을 이끕니다. 어떤 불길도 옥의 순결에 흠을 내지 못하거니와, 모성의 기운은 모진 가뭄에도 결코 마르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인의 몸속엔 늘 생명의 시내가 요뇨히 흐릅니다.

금세라도 여인의 섬섬한 손길이 주렴을 걷고 나올 듯하군요. 갈매빛 산등성이가 마을을 에두른 한낮, 흙담 안팎에는 매미소리 지천입니다. 모시-백련-웃음-옥-이슬-시내로 이어지는 심상의 흐름을 좇노라면 마음까지 희고 맑게 씻깁니다.

박기섭(시조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현직의 자동 공천을 부정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공천 기준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당을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글로벌 관세...
정치 유튜버 전한길이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3·1절 기념 자유음악회'에 초청했으나, 가수 태진아 측은 출연 사실을 ...
태국의 유명 사찰 주지 스님 A씨가 여러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A씨의 아내가 다른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