乳房(유방)의 장
장순하
난 몰라,
모시 앞섶 풀이 세어 그렇지
백련 꽃봉오리
산딸기도 하나 둘씩
상그레 웃음 벙그는
소리 없는 凱歌(개가)!
불길을 딛고 서서
옥으로 견딘 순결
모진 가뭄에도
촉촉이 이슬 맺어
요뇨히 시내 흐르는
내일에의 동산아!
그런 기분이랄까요, 한 폭의 미인도를 어디 문갑 속에라도 감춰 뒀다 몰래 꺼내 보는 듯한. 시행을 따라갈수록 저절로 눈이 감기는, 오오 '소리 없는 개가!'
'백련 꽃봉오리'와 '산딸기'는 관능을 감싼 수줍음의 은유. 여미고 또 여며도 봉곳하니 드러나는 젖가슴을 어찌합니까. '난 몰라, 모시 앞섶 풀이 세어 그렇지'. 짐짓 둘러대지만, 입가엔 어느새 상그레 머금는 웃음. 부끄러움도 참 아름다운 부끄러움입니다.
향기와 기품이 넘치는 여인의 매무새가 행간에 긴 여운을 이끕니다. 어떤 불길도 옥의 순결에 흠을 내지 못하거니와, 모성의 기운은 모진 가뭄에도 결코 마르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인의 몸속엔 늘 생명의 시내가 요뇨히 흐릅니다.
금세라도 여인의 섬섬한 손길이 주렴을 걷고 나올 듯하군요. 갈매빛 산등성이가 마을을 에두른 한낮, 흙담 안팎에는 매미소리 지천입니다. 모시-백련-웃음-옥-이슬-시내로 이어지는 심상의 흐름을 좇노라면 마음까지 희고 맑게 씻깁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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