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장수기업] ⑥중국 통렌탕

'정직'만으로 '중국 최고'에서 '세계 최고'로

몇달전 미국의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중국 가짜약의 실상을 보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자동차 부동액으로 쓰이는 디에틸렌 글리콜을 사용한 중국산 감기약 26만 병이 파나마에서 유통돼 365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자국산 가짜약이 나돌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중국 사람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중국인들은 한 업체를 버팀목으로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바로 통렌탕(同仁堂). 올해로 설립 338년째를 맞는 장수기업 통렌탕은 '약에 관해서는 우리가 대국(大國)'이라는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세계 1등기업으로

통렌탕은 1669년 청나라 황실 태의원 의사였던 위애세이양이 베이징 시내 주택에다 간판을 내걸고 약방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1702년 베이징 텐안먼 앞에다 정식 가게를 열었다.

1669년 이후 338년이 흘렀다. 조그마했던 가게는 중국내에만 600여 곳의 점포 네트워크를 갖출만큼 대형화됐다. 이 약방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400대 기업안에 들어갈만큼 덩치가 커졌다. 회사의 정식 명칭은 '통렌탕 주식유한책임회사'.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제약 그룹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14개국에는 모두 25곳의 지사가 만들어졌다. 진입장벽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선진국 시장까지 뚫어내면서 세계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는 것.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매출은 7천61억 원, 당기순이익은 510억 여 원에 이른다. 해마다 매출 및 이익이 5% 이상 올라가고 있다.

주력제품은 약 400여 가지. 중국 정부는 통렌탕 제품을 10대 명약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300여 명의 연구인력이 밤낮으로 최고의 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뛰고 있다.

세계 기업인만큼 '좋은 약재'가 있다면 전세계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 브라질에서도 약재 재료를 가져온다. 통렌탕은 대규모 약재 생산기지 10여 곳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중약(中藥)을 핵심제품으로 생명건강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명건강산업 회사'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상하이 증시에 상장돼있고, 계열사 1곳을 더 상장할 계획이다.

또 올 연말까지 베이징시내 중심가에 중의원 병원을 개원한다. '건강이라면 통렌탕에 물어보라'며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정직이 생명이다

'약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고 해서 인력을 아끼지 않고, 원재료가 비싸다고 해서 물력(재료)을 아끼지 않는다'

'성과는 쉽게 사람들 눈에 보여지지 않지만 그 심혈은 하늘이 알아주리라'

통렌탕이 표어로 삼고 있는 문장이다. 정직하게 만들고, 때로는 손해를 볼줄도 알아야 손님이 찾는다는 것이다.

"중국에 사스 파동이 났을 때 중약재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사스는 유행성 병이라 예방이 우선이었는데 중약재가 이에 특효성분이 있다는 이유였죠. 중국내 다른 중약재 공급업체들은 '이때다'라며 값을 마구 올렸습니다. 부르는게 값이었으니까요. 모두 폭리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통렌탕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업체들의 가격에 빗댄다면 10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통렌탕은 바른길, 큰길을 걷지, 곁길로 가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이를 감내했습니다." (진융니앤 통렌탕 선전부장)

통렌탕은 사스 파동 당시, 가격 유지 정책은 물론, 어려운 이웃들에게 약재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착한 기업' 정신은 이 회사의 전통.

옛부터 통렌탕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여름이 되면 일사병 예방약을 건네줬고, 겨울이면 솜이불을 제공하기도 했다.

1949년, 중국 공산화로 모든 사유재산에 대한 '태풍'이 불면서 많은 중약회사가 문을 닫았으나 중국 공산당은 통렌탕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착한 기업을 없애면 안된다는 것. 이웃들을 위해 봉사해온 기업은 사회주의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서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곳간을 열어준 통렌탕의 기업 이념이 사회주의 중국에 딱 들어맞는다고 중국 공산당 정부는 판단했다.

◆전통은 아름다운 것

베이징시내의 가장 번화가 한켠에 보면 고풍스런 단층집이 있다. 청나라 때 만들어진 고택이다.

이 곳이 통렌탕 그룹의 본사 사옥이다. 으리으리한 빌딩보다는 전통을 지키는 집이 사옥으로 어울린다는 것이 통렌탕의 얘기. 수백년의 역사를 써온 통렌탕다운 발상이다.

지난 4월엔 이 곳에 박물관까지 만들었다. 장수기업 통렌탕의 장수비결을 알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동안 너무 많았기 때문.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이 쏟아졌었다.

이 곳을 들여다보면 통렌탕의 '전통'이 한눈에 드러난다. 1869년 청나라 황제가 내렸다는 '통렌탕 약은 진짜다'라는 내용의 공인인증서 등 수백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통렌탕은 338년 전통을 무기로 박물관을 개장, 또다시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방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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