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40년간 '꿈 작업' 매달린 제레미 테일러

"꿈을 읽으면 삶이 읽힌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죠."

40년간 '꿈 작업'을 해온 미국의 제레미 테일러(64) 씨가 대구에 왔다. (사)푸른평화연대의 '꿈 워크숍'에 참가해 강연하기 위한 길이다. 그는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성 바오로 펴냄)의 지은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문학치료…. 최근 들어 '치료'를 붙인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그는 '치료'(Therapy)를 거부하고 '꿈 작업'(Dream Work)이라 했다. "꿈 작업을 통해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거나 의식을 고양시킬 수는 있지만, 늘 치유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 이유다.

꿈은 무의식이란 투수가 던져주는 변화구다. 깨진 유리처럼 뒤틀리고, 조합도 잘 안 되지만 응축된 내면의 의식이 투사된 것이다.

"꿈 작업은 꿈이 주는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영혼이 주는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꿈을 기억하고 그것을 남들과 나눌수록 놀라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더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꿈을 꾼다'는 것은 결국 기억한다는 얘기고, 기억하는 것은 꿈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꿈을 기억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꿈을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악몽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이 5번째 한국 방문이다. 꿈 작업을 통해 한국인에 대한 이해도 높은 편. 그는 책의 서문에 '꿈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마늘과 쑥과 같다. 호랑이와 곰을 인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마늘과 쑥이 주어졌듯이, 꿈도 사람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처방전'이라고 쓰고 있다.

한국의 '꿈 해몽'에 대해 "그 자체가 가치 없는 일은 아니지만, 다층적인 꿈을 한 층위로만 해석하려는 성향이 있어 다른 의미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전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꾸는 '이빨 빠지는 꿈'을 예로 들었다.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지가 죽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서양 심리학에서는 유치(乳齒)가 빠지고 영구치(永久齒)가 날 때처럼 전환기의 순간과 도약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적인 해몽은 대가족 제도에서 나온 꿈 해석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꿈은 내면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불러 일깨운다."고 거듭 강조하며 주위사람들과 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을 권했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신학박사인 그는 초대 세계 꿈협회(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reams) 회장을 역임했다. 196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꿈 작업을 시작해 버클리 신학대학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꿈 작업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를 비롯해 여러 편의 저서가 있다. '사람이 날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Where People Fly Water Runs Uphill)이 곧 한국에서 출간된다. 대구를 비롯해 대전과 인천 등에서 꿈 작업을 하고 28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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