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포車 '허위 도난신고' 기승

회사원 S씨(43)는 지난 23일 난데없이 차량 절도범 신세가 됐다. 자신이 몰고 다니던 소형차가 도난 신고된 차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것. S씨의 차량은 지난 6월 원소유주인 P씨(37·여)로부터 경북 경주의 한 주차장에서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상태. 경찰은 대구 남구 봉덕동 도로가에 세워져 있던 이 차량이 도난 신고된 차량임을 확인하고 S씨에게 경찰서에 출두할 것을 요구했다. S씨는 "4년 전 대구 달서구의 한 중고차매매상사에서 구입해 지금껏 타고 다니던 차"라며 "매매계약서까지 있는데 도난 신고 차량이라니 황당하다."고 경찰에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경찰 관계자는 이 차량이 이른바 '대포차'로 원소유주가 허위 도난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포차는 할부나 자동차세 체납, 개인 채무 등의 이유로 명의 이전을 하지않고 무단으로 매매된 차량. 자동차 등록원부상의 소유자와 실제 차량 운행자가 다르기 때문에 세금 고지서나 과태료, 벌금 독촉장을 받게 된 소유주가 도난 신고를 해버린 경우란 것. 도난 신고를 하면 세금이나 범칙금을 피할 수 있고 나중에 차량을 찾게 되더라도 허위 신고 혐의로 20만 원 미만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각 경찰서에 접수되는 차량 도난 신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같은 허위 도난 신고이며 매달 4, 5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대구시내 모 경찰서의 경우 지난달 접수된 5건의 도난 신고 가운데 3건이 이 같은 허위 도난 신고였다.

결국 불법대포차를 구입했다가 절도범 누명까지 쓰게 되는 셈. 도난차량으로 수배되면 운전자는 절도 의심 용의자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고 차량 매매계약서 등 구매한 사실을 입증해야만 풀려날 수 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접수 당시에는 허위 신고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신고가 되면 수배와 추가 조사 등 경찰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대포차 거래도 문제지만 허위 신고로 즉결심판에 넘기더라도 처벌 정도가 약해 효과가 없는 만큼 관련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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