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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도구인가? 격려 표현인가?...김지훈 조각전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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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角)'이 있다. 그냥 지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공격 도구이기도 한 뿔은 그래서 왠지 두려운 느낌이 든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차가운 금속 위에 놓인 곤충이나 동물의 뿔은 거기에 접근 불가의 느낌까지 전한다.

오는 8일까지 갤러리 G에서 열리는 김지훈 조각전의 주제는 'HORN(뿔)'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단조 기법으로 제작한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모두 동물의 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의 뿔에 식물의 가시도 있다. 그가 뿔이 가진 이중성에서 포착해 낸 존재의 본성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그 이중성이란 '강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위협이 되고 구속이 된다.'는 점이다. 모두 강한 뿔에 집착하고 동경하다 보니 뿔은 더욱 화려해진다. 뿔 자체가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는 곧 권력과 오만으로 연결된다. 이는 결국 뿔을 가진 자를 옭아매고 고립시킨다. 뿔의 강한 공격성이 강한 방어성을 나타내고 강한 권위일수록 더 강한 고립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김지훈은 "뿔을 벗어버리고 싶지만 그것은 '나'로부터 자라나 있어 뿔을 잃는 것은 어느새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되어버린다."며 "뿔이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묻어버린다."고 설명한다. 그는 '뿔의 이중성'을 표현하면서 또 하나의 장치를 만들었다.

작업 속에 반사되는 면을 갖춰 놓은 것. 이를 통해 관람객은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뿔을 보게 된다. 뿔 속에 갇히거나 공격을 당하는 모습 또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자아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이중성을 느끼게 되고, 주변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뿔을 확인하게 된다.

주물이 아니라 가열하고 두드리는 단조 작업, 그리고 반복적인 용접과 연마 작업을 거쳐 섬세하고 화려해진 스테인리스 스틸의 효과를 잘 활용하고 있다. 오의석 대구가톨릭대 환경조각과 교수는 김지훈의 작품에서 "무력하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힘을 내라는 격려와 박수를…, 타인을 들이받고 찌르고 상처 내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감추어진 공격성을 폭로하고 돌이키게 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읽어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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