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맹목과 극단의 희생자들

이성과 감성, 내용과 형식, 평등론과 수월성 등과 같이 외형상 서로 대립되고 모순되는 두 입장은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어느 한쪽이 좀 더 세력을 얻기도 하지만,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궁극에는 상호 균형을 이루면서 각각 제 갈 길을 간다.

괴테와 실러 등이 주도한 독일의 질풍노도 운동은 자연, 인간의 개성, 감성 등을 앞세운 낭만주의 운동으로 그때까지 유럽 지성계를 지배하던 계몽주의의 합리성(이성)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확고한 뿌리 없이 폭풍처럼 밀어닥친 낭만주의라는 일시적 현상은 이성을 꺾을 정도로 지속적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성이 다시 본래의 힘을 회복하며 상호 균형을 회복했다. K.마르크스와 F.엥겔스의 등장과 더불어 본격화된 유물론은 형식보다는 내용의 우위에 무게를 주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 우선적인 무게 중심을 둘 수가 없다. 내용은 자신에게 맞는 형식을 스스로 찾지만, 형식 또한 내용을 규정하거나 내용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며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서 평등론과 수월성의 문제는 빈부격차나 계층이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평등론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하향평준화를 초래하여 삼류가 일류를 침묵시키고 좌절시켜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고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수월성이 보장되고 장려되어야 선두그룹이 활성화되어 사회 발전이 제대로 진행된다고 확신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두 이념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자녀교육에서 우리는 너무 극단적이다. 현 고3은 교육 당국과 학부모,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부추기고 조장한 극단적 조치와 맹목적 추종의 희생자들이다. 고1 때는 내신 대란 때문에 학교시험에 목숨을 걸었다. 고2 때는 논술광풍이 불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사교육에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며 작위적인 사고의 틀에 갇혀 창의력을 질식시키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압당했다. 고3이 되자 내신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논술 가이드라인대로 출제하면 별로 변별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대학들이 앞 다투어 수능 비중을 높이자 다시 수능 열풍이 휘몰아쳤다.

입시제도에 관계없이 대학은 항상 실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한다. 학생선발의 본질적 측면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신, 수능, 논술 어느 한 곳에만 목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쪽으로만 질풍노도의 기세로 달려드는 극단적인 태도 때문에 각 요소에 골고루 시간 안배를 못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본에 충실하면 내신, 수능, 대학별고사는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편향된 시각과 단선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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