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지난1일 '정명훈과 모차르트'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5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대구의 가을이 오페라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사치.' 누군가는 오페라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마도 이 말 속에는 오페라가 고급문화를 대표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 같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오페라축제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비록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매년 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는 대구는 당연히 나름대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지난달 31일 열린 전야제는 대구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딱딱한 환영사, 축사와 같은 기존의 형식과 헤드 테이블에 얽매이는 격식을 던져버리고,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꾸며진 특별한 음악회로 진행된 전야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했다.
초대받은 350여 명이 아니라,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좋은 무대였다면 '방송 중계라도 하는 것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 특히 오페라는 그 무대, 그 자리에 있지 않고서는 그 느낌과 감동을 온전히 체험할 수 없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경우에 따라서는 '1%만을 위한 고급문화인 오페라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일반 서민들에게 오페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타인의 문화로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이 서민들의 자녀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1%의 지도자로 성장하고, 이 서민들이 경제적 풍요 못지않은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소오페라와 부대행사 뿐만 아니라 메인 오페라까지 최소 1만 원에 감상할 수 있도록 오페라축제조직위에서 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15만 원을 호가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공연도 가장 좋은 자리마저 3만 원으로 했다. 주최측의 의도는 적중했다.
통상 40대 이후 중년이 주류를 이루던 이전의 유명 공연과는 달리 개막공연은 10대와 20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젊은이와 청소년들이 큰 부담없이 고급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오페라가 아직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인형극 '도나우 아가씨'나 유머 넘치는 오페라 '극장지배인'을, 부부나 연인이라면 '결혼, 그 두 가지 이야기'를 관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도민 모두가 이번 가을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사랑'의 낭만을 느끼며 '가장 화려한 사치, 오페라'에 빠져보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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