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대차, 무파업 협상 타결은 했지만

현대자동차가 4일 파업 없이 올해 임단협을 잠정 타결했다고 한다.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는데 노사가 물리적 충돌 없이 타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무분규에 대한 평가에 앞서 걱정되는 대목도 없지 않다. 현대차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현대차 노조가 국내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볼 때 이번 협상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대폭 양보로 이번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에서 무파업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협상 타결에 따라 노조원 1인당 800만 원 넘게 지급해야 하는데 전체 약 3천9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돈잔치' 논란도 만만찮다. 특히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은 물론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대차가 도요타'닛산'혼다 등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성과 기술력이 떨어지는데도 고임금 구조가 심화될 경우 현대차의 생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1.4%에 달했다고 한다.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던 조항까지 사측이 일부 수용한 것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스스로 발목 잡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현대차 노사는 현대차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갈수록 강해져 '현대차 불매, 외제차 구매'까지 들먹이는 지경이다.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현대차 노조와 현대차에 대한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향후 현대차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차 노사가 이번 무분규 협상 타결을 마냥 환영하거나 만족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대차 노사 상생의 전기가 될지, 공멸로 가는 길일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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