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사무소→동주민센터' 명칭 변경 논란

주민들 "탁상행정…예산만 낭비" 현판교체비 700만~2천만원 구청들도

행정자치부가 지난 52년간 사용해온 동사무소의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에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행자부는 최근 행정동의 '사무소'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대구시내 동사무소 134곳의 현판 및 유도간판을 '동주민센터'로 교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번 명칭 변경은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사업이 전국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동사무소의 복지 서비스 기능이 대폭 강화된 데 따른 것. 지난해 말부터 동사무소의 일반 행정 업무 대부분을 구청으로 이관하는 대신, 복지·문화·고용·생활체육 등 주민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구청은 현판 교체를 위한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행자부에서 '동주민센터'를 영어나 중국어 등으로 표기할 외국어 표기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새 명칭인 주민센터는 부르기도 쉽고, 주민 중심의 통합서비스 제공 기관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이름"이라며 "국민과 관계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동사무소 명칭 선정 자문위원회' 자문을 거쳐 이번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와 주민들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업무나 기능엔 큰 차이가 없는데도 교체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기 때문. 각 구청들은 현판과 유도 간판 등을 모두 교체하는 데 적게는 700만 원에서 많게는 2천만 원까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달서구와 함께 동사무소 수가 24곳으로 가장 많은 북구청 관계자는 "동사무소의 업무 조정은 1년 전에 끝났는데 인제 와서 명칭을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기존 현판을 최대한 살리면서 교체를 한다 하더라도 2천여만 원이 들어가지만 정부 보조는 일부에 그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름이 비슷한 기존의 주민자치센터와의 혼동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행자부는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기초자치 단체별로 '자치사랑방' 등 다른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주민자치센터의 현판과 홍보물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를 피할 수 없는데다 각 자치단체별로 다른 이름을 쓸 경우 주민들이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 주민 한모(41·여) 씨는 "'동주민센터'라는 영어와 한글이 뒤섞인 국적 불명의 명칭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혈세가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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