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교실 지상중계)10대 자식과 올바른 관계 맺기

자식이지만 나와 다른 개체임을 인정하라

▲ 부모와 자식 간의 올바른 관계는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접할 때 정립된다. 사진은 학교 학부모교육 행사에 참가한 학부모들.
▲ 부모와 자식 간의 올바른 관계는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접할 때 정립된다. 사진은 학교 학부모교육 행사에 참가한 학부모들.

부모 되기는 쉬워도 제대로 된 부모 노릇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의 행복과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식의 성공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식의 발전에 알게 모르게 걸림돌이 된다.

부모와 자식의 올바른 관계 맺기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최종목표는 피교육자의 인격적 독립이다. 독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신체적 독립과 정신적·심리적 독립, 경제적 독립이다. 두 번째 독립은 교육의 인문적 목표이며, 세 번째 독립은 교육의 현실적 목표이다. 인문적 목표 없는 현실적 목표는 맹목이고, 현실적 목표 없는 인문적 목표는 공허하다.

교육의 인문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부모가 자식과의 관계에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원칙들을 살펴보자. 피터스(R. S. Peters)는 인격에 대해 '입법적 기능'(legislative function)과 '집행적 기능'(executive function)과 '심판적 기능'(judical function)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인격의 입법적 기능은 인간의 지적인 능력과, 심판적 기능은 정적인 능력과, 그리고 집행적 기능은 의지의 기능과 주로 관계하고 있다 그런데 인격의 이 세 가지 기능은 자유를 전제하므로 우리는 세 가지 자유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적·입법적 자유, 의지적·집행적 자유, 정서적·심판적 자유가 그것이다. 우리가 흔히 자유라고 부르는 것은 이 세 가지 자유의 유기적 통일로서의 자유이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들은 흔히 자식들이 끊임없이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의 마음에서 보여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관심은 지나친 무관심 못지않게 아이의 성장에 해롭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먼저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과잉보호나 극단적 무관심이 교육상 나쁜 이유는 그것들이 아이의 자율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 부모가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면 아이는 스스로 걷는 것을 빨리 배우지 못한다. 이런 이치는 정신적·심리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자식들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하는 경우가 있다. 말하자면 자식 쪽에서 부모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우리 아버지 학교 선생님인데….' 혹은 '우리 아버지 회사 사장인데….'하면서 친구들의 기를 꺾으려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자신의 위신을 세워주기를 바란다. '우리 아들 서울대 법대 다니는데….' 혹은 '우리 아들 의대생인데….'하면서 자식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부모 쪽에서 하는 동일시나, 자식 쪽에서 하는 동일시나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

내 자식이지만 나와는 다른 개체임을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났지만, 부모와 자식은 재능이나 취미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있는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들은 종종 자식은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모=자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부모≠자식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부모 세대와 성장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엄마가 어릴 때는 말이야, …', 혹은 '아빠가 네 나이 때는 말이야….'하면서 아이들을 훈계하거나 지도하면 안 된다.

아이는 비록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며 그래서 지금은 부모의 지도와 간섭을 받아야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인격체로 자라야 한다. 인격체로 자라기 위해서는 인격체로 대접받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동의 하에 만든 규율로 일관되게 지도해야 한다. 남, 특히 친구들 앞에서 자녀의 체면을 깎지 말아야 하며, 부모의 권위로 아이들을 권위주의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문성학(경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 매일신문사와 경북대 사범대가 진행 중인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는 학부모 교실'의 특강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13일 오후 4시에는 윤일희 지구교육과 교수가 '기후는 변하는가'를 주제로 경북대 우당교육관 101호에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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