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나가는 식당마다 '아리송 상호' 등장

외식업계 상호분쟁

▲ 외식업계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되면서 음식점끼리 상호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신천황제떡볶이 본점. 이 곳은 최근 똑같은 상호의 떡볶이집이 생기면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외식업계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되면서 음식점끼리 상호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신천황제떡볶이 본점. 이 곳은 최근 똑같은 상호의 떡볶이집이 생기면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외식업계에서 '간판 싸움'이 치열하다.

음식점 이름을 놓고 치열한 감정 싸움을 펼치는가 하면, 법적 공방으로 가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음식점끼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가 원조야!

대구 중구 동인4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두 곳의 '신천황제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한 가게는 인근 신천시장에서 10년 가량 떡볶이 장사를 한 이른바 원조 신천황제떡볶이고 다른 한 곳은 지난 2월 이 곳에 자리를 튼 가게. 이 두 곳은 같은 간판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반년이상 티격태격하고 있다.

'원조' 황제떡볶이를 운영하는 구자문 씨는 "손님들이 올 2월쯤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있다고 제보했고 우리가 그 가게에 같은 상호를 쓰지 말도록 여러 차례 통보했지만 소용이 없어 법적 소송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황제떡볶이란 상호가 상표권 등록이 안 된다는 것. 구 씨는 "예전에 상표권 등록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황제식품'이란 상표권이 등록돼 있어 그냥 놔두고 있었다."고 했다. 상표권 등록이 안 된 상태에선 권리 주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

구 씨는 "상법을 적용해 권리 주장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시간이 많이 걸려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뒤늦게 신천황제떡볶이란 상호를 사용한 가게 측은 '신천떡볶이'이라는 상호가 보편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 상호를 못 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곳을 운영하는 배봉효 씨는 "기존 황제떡볶이와는 맛이나 모든 면에서 완전 다르다."며 "의도적으로 상호를 도용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분쟁이 이어지자 두 가게는 할 수 없이 새로운 간판을 내걸 생각을 하고 있다. 기존 황제떡볶이는 '황떡'이란 상호를, 새 황제떡볶이는 '뉴황제떡볶이'란 상호를 출원해놓고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치열한 상표권 분쟁

최근 들어 이른바 '뜬다' 싶은 상호가 있으면 교묘하게 비슷한 상호로 장사를 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향솥단지 삼겹살'. 몇 년 전 이 프랜차이즈가 뜨자 고향 대신 '향토'나 '시골촌' 등으로 이름을 바꿔 가게를 여는 경우가 많았다.

'원조'를 둘러싼 상표권 다툼도 치열하다. '불닭' 상표권을 놓고 국내 최대 불닭 프랜차이즈인 홍초불닭과 강원도의 부원식품이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였고 지난 7월 부원식품이 승소, 홍초불닭은 더 이상 불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현풍 할매곰탕'에 관한 원조 논쟁도 한 동안 시끄러웠다. 현풍 할매곰탕은 1987년 처음 문을 연 박소선 할머니가 사망한 뒤 같은 이름을 쓰는 30여개 업소들과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고 결국엔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이란 긴 이름을 갖게 됐다.

◆상표 확인 필수

전문가들은 음식점들의 무한 경쟁과 함께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임현철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은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영세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아 아직까지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안경주 변리사는 "창업을 하기 전 상호를 만들 때 미리 특허청에서 같은 상표가 등록되어 있는 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냥 동네 장사를 할 경우는 별 무리가 없지만 장차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둔다면 상표권 등록을 해두어야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

안 변리사는 "보통 식당을 열 때 구청이나 세무서에 신고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차후에 다른 가게에서 같은 상호를 쓰더라도 권리 행사가 어려워 영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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