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연극 '변'에서 찾는 틈새

외국의 버라이어티 대형뮤지컬과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며 또한 그 행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기세에 눌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이 마냥 오그라들거나 풀죽어 지낸다면 갈수록 그 생존 확률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분명 틈새가 있을 것이다. 지난주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변' 공연을 관람했다. 연극 '변'은 방송드라마와 영화로 수없이 제작되어 그 이야기 구조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춘향전'의 이본인 '열녀춘향수절가'와 '남원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어쩌면 뻔한 공연일 거라 생각했는데 별스러운 한 요소가 이 공연을 참으로 별나게 했다. 동일한 작품을 같은 시기에 같은 무대에서 전라·경상 두 가지 버전으로 공연을 만든 것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사투리로 대사를 내뱉는 공연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공연처럼 연극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투리로 구사하는 작품은 드물다.

'변상도' 공연에서는 경상도 북부 사투리가 주는 투박함과, 전라도 사투리가 사용된 '변라도' 공연은 감칠맛과 구수함이 살아있어 마치 다른 편곡의 노래를 두 사람의 가수가 따로 부르는 것처럼 두 가지 공연의 맛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재미있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연극공연에서는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관념에 함몰되어 연극 언어로는 사투리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경상도가 고향인 배우들이 서울무대에 진출하였을 때 표준어 구사에 적응시간이 오래 걸려 심적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연극 대본에 적힌 대로 대사를 읽을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부터 몸에 밴 대구사투리를 다듬고 정화시켜 순 대구말로 하는 연극공연을 창작하면 어떨까. 대구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기질이 녹아있는 사투리를 당당하게 무대언어로 사용하고 또 연극대본을 배우들이 창작해내는 '더늠'과 '즉흥'으로 완성하면 서울 대학로에서도 분명 통할 것이다.

다만 대구의 전통문화와 대구에만 존재하는 공연소재에 집착해 연극을 창작함은 경계해야 한다. 그럴 경우 서울·부산·광주 등 지역에서의 공연기회를 잡기란 분명 어려워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가 풀풀 풍겨나고 공감을 형성하는 소재가 있는 연극공연에서 감동과 재미는 더욱 빛을 발한다. 표준어에 주눅 들지 말고 대구 말로 공연을 올리는 매력적인 창작 작업을 이제는 준비해보자.

전광우(문화예술전용극장 C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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