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에 웬 수백만원짜리 정수기?

경북 시·군 교육청 사전 성능 검증도 않고 보급

경북의 시·군 교육청들이 사전 성능 검증도 않은 채 수백만 원대의 정수기를 일부 학교에 보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육청들은 살균세정기인 정수기가 수돗물을 정수·살균해 식중독 예방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교육청에서는 효능이 불분명하다며 구매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안동·구미·경주교육청은 지난 5~7월 대당 가격이 500여만~900여만 원인 살균세정기 구입비로 총 5천여만 원을 9개 학교에 지원했다.

이들 교육청은 "학교 측에서 식재료를 씻는 물을 살균해 수인성 식중독 예방에 효능이 탁월하다며 살균세정기 구매지원을 요청해 왔다."며 "기기를 공급한 업체가 조달청에 등록된데다 성능검사를 마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살균세정기 구매 과정과 관련, 교육당국의 학교 급식·보건 사업비가 방만하게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균세정기를 구입한 9개 학교 중 저수조(물탱크)를 사용하고 있는 2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급식소에서 멀쩡한 수돗물을 쓰고 있어 고가의 제품을 꼭 구매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한 교육청 관계자는 "수돗물이 양호하다는 수질 검사결과가 있었지만 배관 이상 등으로 인해 물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반면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심의위를 열었지만 해당 학교 측에서 1차적으로 효능을 확인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별도의 사전 검증을 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이에 반해 고령교육청은 지난 7월 초 일부 학교 요청에 따라 살균세정기 구입 예산 1천500만 원을 편성했지만 효능을 확신키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이를 취소하고 이 사업비를 낡은 급식기기 교체 비용으로 전환했다.

더욱이 경북도 내에는 지하수를 음용수나 급식소용으로 쓰는 소규모 학교가 100여 개에 이르러 예산 배정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 측은 "도교육청 차원에서 이번 살균세정기 구매과정에 대해 전면조사해 예산 낭비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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