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8 '대입 재앙' 현실로] (하)작은 것부터 신뢰 쌓아야

"제도 바뀌는 데 신경 쓰느라 공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대학들의 수시2학기 원서 접수 결과가 발표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건 전형료 문제다. 일반전형에만 4만 7천여 명이 몰린 고려대가 약 40억 원, 전체 지원자가 5만 명을 넘은 연세대는 35억여 원의 전형료 수입을 올렸다는 소식 때문. 네티즌들은 "도대체 전형료를 왜 그렇게 많이 받는지 근거를 제시해라.", "수시 원서 쓰느라 수십만 원을 들여 대학들만 좋은 일 시킨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더 심각한 건 대학들의 전형 자체를 못 믿겠다는 의심들이다. 한 고3 학부모는 "몇 군데에 원서를 내긴 했지만 대학마다 내신성적이 세부적으로 과연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 많은 수험생들의 논술고사 채점은 과연 짧은 기간에 어떻게 공정하게 해낼 건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들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교육부와 대학이 작은 데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내신성적만 하더라도 실질반영비율 몇 %를 두고 싸움에 빠져있을 게 아니라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 등의 구체적인 산출방법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

또한 입시제도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자료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서 내놓는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이번 수시모집에서는 지역 몇몇 사립대가 작년 수시 합격생들의 내신 점수를 올해 내신 산출방법으로 환산해 제공, 큰 도움이 됐다."며 "대학입시를 로또복권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대학이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대학별 전형계획 조기 발표, 세부 전형요소 확정 방안 등 2009학년도 이후 대입제도에 대한 교육부의 계획도 하나하나 충실히 지켜가야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전형계획을 하루라도 빨리 발표해야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고교의 요구가 번번이 외면당했는데 내년부터는 반드시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방안에 따르면 2009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은 내년 3월 말 발표되며 2010학년도부터는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입학연도 개시 1년 9개월 전, 대학별 전형계획은 1년 6개월 전에 앞당겨 발표하도록 돼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 학부모들 중에는 교육정책을 발표할 때 사소한 내용이라도 신중을 기하되 사후 변경은 최소화해야 한다거나, 여론을 등에 업고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교육부와 대학 사이의 다툼도 국민에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원론적 요구도 많았다. 한 학부모는 "교육부와 대학의 사소한 발표 하나에도 우리 아이가 손해는 보지 않는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학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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