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이크아웃, 이젠 언제 어디서나 OK

커피나 음료수를 든 컵을 들고 바쁘게 거리를 걷는 젊은이나 직장인들. 도시의 한 풍속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젠 음료뿐 아니라 점심, 저녁 등 요리나 음식물까지 식당에서 먹지않고 포장해가 거리나 공원, 사무실에서 먹는 '테이크아웃(Take-Out)' 전성 시대다. 기존의 햄거버 종류뿐 아니라 중국음식까지 테이크 아웃의 범위가 넓어졌다.

▨ 테이크아웃 고객 10명중 4명꼴…길거리·공원서 '뚝딱'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햄버거. 테이크아웃 음식으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다. 하지만 정크 푸드(Junk Food·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의 총칭)의 하나로 낙인 찍히면서 사 먹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3년 전 문을 연 대구시 중구 2·28기념공원 서편에 있는 ㅂ버거.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슬로푸드'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는 테이크아웃 가게다. 손님 10명 가운데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은 3, 4명꼴에 이른다. 흰 종이에 정성스럽게 싼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들고 손님들은 인근에 있는 공원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은 물론 햄버거와 샌드위치에 익숙하지 않은 50, 60대 손님들이 많은 것도 특징. 외국인 손님들도 이 가게를 많이 찾고 있다.

직장인 서근식(42) 씨는 "가끔씩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서 햄버거를 사 인근 공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며 "푸르른 자연을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이곳에서 테이크아웃을 해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질 높은 재료로 햄버거, 샌드위치를 만들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기 때문. 슬로푸드를 표방하는 음식점답게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손님들은 햄버거의 경우 7분여를 기다려야 한다. 1분도 안돼 '뚝딱'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다른 패스트푸드와 비교하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다린 만큼 보상을 해준다는 게 이 가게의 강점이다.

햄버거의 가장 중요한 맛을 결정하는 패티(소고기를 다져 넓적하게 만든 것) 경우 호주산 S등급을 고집하고 있다. 다진 것을 사오는 게 아니라 정육상태로 사와 일일이 다져 만든다.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소고기를 사용한다는 게 홍영익(29) 점장의 귀띔. 빵도 품질이 우수한 호밀빵을 쓰고 양상추 등 야채 선택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테이크아웃 메뉴로 이 가게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베이컨 치즈 버거(5천700원)와 클럽 버거(5천900원). 샌드위치로는 클럽 샌드위치(6천500원), B.L.T(5천700원) 등이다. 2천∼3천 원하는 다른 패스트푸드점보다 비싼 편이지만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 이 가게의 주장이다.

▨ 탕수육·새우덮밥…중국 요리도 직장인·상인 등에 인기

커피로 유명한 'XXXX' 브랜드가 새겨진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젊음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테이크아웃이 자리잡는 데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과일주스, 아이스크림, 과일 가게 등이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웬만한 요리까지 테이크아웃이 되는 등 그 반경이 훨씬 넓어지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약전골목 동쪽 끝에 자리한 중국음식점 ㅂ. 6개월전 문을 연 이 곳은 중국 요리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어 인근 직장인 및 상인, 학원생 등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나영(43·여) 사장은 "저희 가게에서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배달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에 문을 열 때부터 테이크아웃을 도입, 나름대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식사, 요리 등 모든 메뉴가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볶음밥과 잡채밥(각각 5천 원)이며 탕수육(2, 3인 기준 1만 원)이나 특선닭요리와 양장피(각 1만 2천 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근에 사무실이 많아 점심시간이면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들을 위해 이 가게에서는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인체 유해 논란이 많은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된 그릇을 사용한다. 뜨거운 요리를 담아도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스며 나오지 않는다는 게 전 사장의 귀띔이다.

직접 테이크아웃의 묘미를 체험하기 위해 이 곳에서 5천 원씩하는 해물볶음밥, 간소새우덮밥을 사 직장 동료와 함께 2·28기념공원 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가 우선 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중간에 음식물을 올려놨다. 주 메뉴와 함께 계란국, 중국 음식점의 '대표주자'인 단무지와 양파 등이 차려졌다. 종이 그릇인데도 음식이 따뜻하다.

공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는 게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푸르른 나무들과 잔디, 그리고 하늘을 보며 음식을 먹으니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마음이 즐겁다. 요리 경력 20년이 넘은 주방장이 요리한 음식의 맛도 훌륭했다. 북적대는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운치가 있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음식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아 자리를 정리하는 것도 번거롭지 않다. 식당이나 집에서 먹던 중국 음식을 공원 벤치에 앉아 먹어보니 테이크아웃의 즐거움을 실감할 수 있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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