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가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가 최근까지 이 제도를 반대했던 자동차업계와 합의함에 따라 현재 정기국회에 상정된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의 회기 내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건교부는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가 시행되면 저질 불량 자동차부품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와 소비자의 부품선택 권리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의 혜택이 커진다
"순정품의 경우, 가격의 40~50% 정도가 거품이예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마치 순정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세뇌를 당해 있죠."
한 정비업체 사장은 '순정품'이 독점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시장에 대해 꼬집었다. 일반 부품이나 순정품이나 품질에 차이가 없는데도 순정품 스티커만 붙이면 40% 정도 비싸진다는 것. 현대모비스에서 상표값을 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업체 사장은 "같은 부품 제작업체라도 현대 모비스에 납품하면 순정품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품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정비업계와 시민단체에선 부품 자기인증제가 정착되면 이런 독점적 시장 구조가 시장 경제 원리로 바껴 소비자에게 갖가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희 대구시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 이사장은 "순정품이 아니더라도 국가에서 정한 인증 마크를 받으면 소비자들이 같은 품목에서 여러 업체의 부품들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부품 시장이 경쟁 체제로 바껴 품질 향상과 부품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또 정비 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이사장은 "순정품에 하자가 생길 경우 일반 정비업체에서 교체를 못하고 현대측 사업소에 들어가 교체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하자 수리에 대해 공임이 없어 일부 정비업체에서 회피하는 경향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10~1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산 짝퉁의 유통도 막을 수 있다는 것.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보험료 인하 요인도 생긴다."고 했다. 현재까지 종합보험료를 측정할 때 순정품의 가격으로 정했는데 저렴한 인증 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보험료도 저절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 업계는 자기인증제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25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자동차업계 '눈 가리고 아웅(?)'
이 제도에 대해 자동차업계은 최근 합의를 통해 시행을 인정하면서도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부품의 유통이 활발해질 거라는 것.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이 제도로 인해 중국산 부품이 무더기로 인증을 받게 되면 가격경쟁력으로 유통이 활발해질 것이고 우리나라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져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순정품을 사용할 때는 완성차 업체에서 하자에 대한 책임을 이뤄졌지만 향후엔 책임 규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 제도가 사후인증제라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 관계가 확실치 않아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리콜 조치가 이뤄졌을 때 수입업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잠적할 수 있는 등 문제점도 적잖게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비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자동차 대기업들이 기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핑계라고 일축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인증 기준을 미국 식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이 인증에 통과하면 아무리 중국산이라도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다 이미 사전인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란?
부품 자기인증제란 부품 생산·수입 업체가 자동차에 사용되는 주요 16개 부품(타이어·림·브레이크 파이프·등화장치·브레이크액·창유리·안전벨트·유아용 보호장구 등)에 대해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고 자기 인증마크를 붙이는 제도로 저질 부품의 유통을 막고 소비자가 인증을 거친 여러 부품들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5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가 이중규제 및 실효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따라 2차례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건교부는 현재 자동차부품의 품질에 대한 뚜렷한 관리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9월 또 다시 정기국회에 상정했고 최근 자동차업계와 일부 항목 수정에 합의함에 따라 회기 내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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