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대한민국호의 새로운 선장이 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번 선거에서도 2002년과 같은 '막판 뒤집기 한 판'이 등장할 것인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대선정국 속으로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광주'다. 2002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단연 '스타'로 뜨게 했던곳이 바로 광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돌풍은 전국을 휩쓸고 대선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지금 전국을 휩쓸고 있는 '이명박 대세론'을 뒤집어 놓을 만한 기폭제가 될 곳이 바로 광주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이번 선거에서도 과연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힘'이 발휘될수 있을 것인가? 전라도의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달라진 분위기
생각과는 달리 광주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광주의 번화가 '충장로'에 서서 거리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할 말도 없습니다. 지금같이 군소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 말을 꺼내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한편에서는 정치에 대한 불신감도 엿보였다. 택시 운전을 하는 함동연(56) 씨는 "승객들도 대선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지 않고 있고, 저 역시 이번 대선에는 심드렁한 입장"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렇게 힘을 실어줬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보니 실망한 지역민들도 상당수일 것이며, 먹고 살기 바빠 대선 같은 것은 아예 관심 밖"이라고 했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고, 통합신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돼 서로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쁜 후보들에 대해서 실망했다는 반응도 보였다. 김형성(36'광주 북구 신용동) 씨는 "범여권 쪽에서 누가 최종 후보로 낙찰될지 아직 알수 없는 일이지만 손학규 후보가 나선다면 차라리 이명박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며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으니까 한나라당을 빠져나와 전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손 후보보다야 차라리 이명박 후보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변화는 '한나라당도 괜찮다'는 분위기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나라당은 안되지만 이명박 후보이기 때문에 찍어줄 만 하다."는 것이 광주 일부 시민들의 민심.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몰매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던 광주에서 공공연하게 '이명박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시민들의 수가 꽤나 늘어난 것을 보면 변하기는 많이 변했다. 5%를 넘지 못했던 이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두자리 수를 넘어 20% 선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현격한 변화다.
조영도(76'북구 신한동) 씨도 "한나라당을 인정하긴 싫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 분야에 있어 정통한 후보인 만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구해낼 것이라고 믿어보는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강수(27'광주 북구 풍향동) 씨 역시 "이명박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지역구도는 무너질때가 됐다."며 "괜찮은 후보가 있다면 한나라당 후보라 할지라도 한표를 던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했다.
△그래도 어게인 2002
그래도 광주 일부 시민들은 '광주 시민들의 정치력'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보였다. 만약 범여권쪽에서 단일 후보를 압축한다면 그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오수열 교수는 "선거라는 것이 마지막에 가면 결국은 대립각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며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 돼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가 만들어지면 결국 광주 지역민의 정서라는 것이 범여권 쪽으로 결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과거와 같은 엄청난 지지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광주라는 도시의 정치적 상징성과, 지역민들의 강한 결집력, 그리고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대선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거리에서 만난 김석규(42)씨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범여권에서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일단 경선이라는 1차 대결을 뚫고 나온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표심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 아직 누가 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단 결정만 된다면 이명박 대세론을 꺽을 수는 없지만 한번 해볼 만한 게임 구도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유한킴벌리 문현국 사장을 '이명박 대항마'로 내세워 호남 지역의 민심을 집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업가로서 기업 윤리를 지키고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 온 그라면 흠 많은 이명박 후보에 대항해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주'전남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만하다는 시나리오다.
△달라지는 지역구도, 다양한 정치적 선택으로
그렇다고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광주 시민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만큼의 흡인력 있는 후보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고, 사람들의 민심이 '민주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두 길로 양분화 되어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의 집권은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었다면 이제는 선택의 조건이 조금 더 다양화했다는 말.
오 교수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두루두루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이 두 능력을 얼마나 조화롭게 겸비한 사람에게 정권을 맡겨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이는 험난한 정치적 역사를 가진 광주지역에서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상이다. 대학교에서 만난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대선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며 "오로지 학생들의 관심사는 학점과 좋은 직장에만 쏠려 있다."고 밝혔다.
전남대에서 만난 장영휘(27'광주 북구 신한동) 씨는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광주의 정치역사, 그리고 광주의 정치적인 힘을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씨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들이 대다수인 만큼 앞으로는 광주의 정치적 영향력도 약화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비한나라당 집결을 통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젊은이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굳이 광주지역이라고 해서 "한나라당 집권 반대"만 외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월(23'조선대 3학년) 씨는 "한나라당은 무조건 안된다는 것은 이제 지난 세대의 구호"라며 "권영길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의 개혁에 대한 의지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공약을 보고 권 후보라는 제 3의 선택을 해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사진협조=광주일보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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