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크리에이션 전문 MC 현명호씨

대구 사람 무뚝뚝하다고요? "단박에 웃길 수 있습니다"

▲ 대학축제의 스타 MC인 현명호 씨가 다양한 멘트와 표정으로 대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 대학축제의 스타 MC인 현명호 씨가 다양한 멘트와 표정으로 대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계명대 체육관. 화려한 춤과 흥겨운 음악 속에서 대학의 가을축제가 막을 올렸다. MC인 현명호(37) 씨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현 씨는 요즘 가장 바쁘다. 그는 지역 대학축제의 최고 스타 MC다. 지역 대학의 가을축제가 잇따라 열리는 요즘 그는 섭외 1순위다. 삼성 라이온즈 공식 MC와 대구오리온스 프로농구단 장내 아나운서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지난 1990년 대학 1학년 때 고교 동문페스티벌 MC를 맡으면서 MC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1시간의 행사 진행을 맡고 3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너무 재미있었다."는 주위의 반응이었다. 주위의 반응에 고무돼 MC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 뒤 리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 2학년 때 대학축제 MC에 첫 도전장을 던졌다. 1996년 제대한 뒤 이벤트 회사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MC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0년부터는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

"10월이 1년 중 가장 바쁩니다. 10월에는 대학 축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의 축제도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죠."

그는 한 행사당 3시간 정도 진행하고 40만~60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보통 MC의 수준은 30만 원 정도.

대학축제는 MC의 역량이 가장 필요로 하는 행사다. 현 씨의 장점은 뛰어난 카리스마.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관객이 많든 적든 흥겨운 반응을 이끌어낸다. MC는 행사장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씨는 행사 시작 10분 전에 멘트 등을 준비한다. 미리 준비하면 관객이 적을 경우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목이 제일 아프다. 하지만 제일 힘들 때는 관객의 반응이 없을 때다. 대학축제에서 할 수 없는 농담도 있다. 성적 농담은 금물이다. 할 때는 대학생들이 웃어주지만 나중에는 저질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다음 축제에 다시 불러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아르바이트생이 축제 때 너무 재미있었다며 사은품을 잔뜩 주더군요. 또 대학생이 기업체의 행사담당자가 됐다면서 기업체 행사에 섭외하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축제 MC의 가장 큰 자질은 센스와 유머, 순발력이다. 대학축제는 스케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MC의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축제 MC는 모든 MC 중에서 꽃이라고 불린다.

최고의 MC가 되기 위해서 노력은 필수다. 그는 운전하는 동안 라디오를 꼭 듣는다. 음악방송보다는 뉴스를 주로 듣는다. 또 방송 드라마를 즐겨 본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반드시 봐야 한다. 젊은 세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도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했던 행사를 카메라로 찍어서 검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MC 외에도 다양한 도전을 즐긴다. 다양한 경험은 MC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는 11월에는 뮤지컬 '허브로드'에도 출연한다. 약전골목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두 연인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다 신의 뜻을 거역하고 둘의 사랑을 도와주는 신의 전령사 역이다. 지금 한창 맹연습 중이다. 뮤지컬에 출연하게 된 것은 뛰어난 노래 실력 덕분. 그는 5년 전부터 직장인 밴드 '잭플러스'의 보컬을 맡고 있다.

"대구에서 최고의 MC가 전국 최고의 MC입니다. 무뚝뚝한 대구 사람들을 웃길 수 있으면 전국의 모든 사람을 웃길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엔 MC를 하려는 지망자들이 많아지면서 MC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현 씨는 "MC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이벤트회사에 취직해야 한다."면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리더가 되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은 MC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인들도 말을 잘하고 웃기려면 꾸밈이 없어야 합니다. 남에게 가식적으로 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진솔되게 말하면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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