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따르라, 남학생들이여!" '알파걸' 학교를 '접수'하다

남학생 제치고 학급·학년 대표 등 '리더'로

▲ 대구시내 학교에는 여학생들이 학급회장 뿐만 아니라 전교 학생회장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대구 남산고의 경우 1·2·3학년 학년 대표가 모두 여학생이다. 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홍서연·정호경·이한결 양(왼쪽부터)은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 대구시내 학교에는 여학생들이 학급회장 뿐만 아니라 전교 학생회장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대구 남산고의 경우 1·2·3학년 학년 대표가 모두 여학생이다. 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홍서연·정호경·이한결 양(왼쪽부터)은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부끄럼 타고 수다 떠는 사춘기 소녀 이미지는 바라지 마세요."

알파걸(α-girl)은 지역 중·고교에서도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알파걸은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고 오히려 능가하는 엘리트 여성. 알파걸의 약진은 중·고교의 학생회장 등 리더그룹에서도 두드러진다. 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녀보다는 강한 자아를 지닌 소녀들이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알파걸

남녀공학인 대구 남산고의 1·2·3학년 대표는 모두 여학생이다. 작년에는 2·3학년 대표가 남학생이었지만 올해는 여학생들이 학년 대표를 모두 차지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학생회에 더 관심이 많다. 지난 3월 학년대표를 선출할 때도 여학생 후보가 남학생보다 많았다.

1학년 대표인 홍서연(16) 양은 "학교를 위해 일하는 것이 즐겁다."면서 "학생과 선생님 간 다리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학년 대표인 이한결(17) 양은 작년에는 1학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양은 "내년에는 총학생회장에도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 대표인 정호경(18) 양은 "졸업하기 전에 학년 대표를 맡고 싶었다."면서 "리더가 되면 리더십을 키울 수 있고 후배와 동기 학생들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 도전했다."고 했다.

여학생들이 학생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신지수(17) 양은 "같은 여학생이 대표가 되어 너무 좋다."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한승윤(17) 군은 "학생회 활동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대표가 남자가 되든 여자가 되든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내 활동 주도

초·중·고교에서 이제 여학생이 학급회장을 넘어서 전교 학생회장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교내 학생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남녀공학인 계성고와 신명고의 학생회장은 모두 여학생이다.

학교 리더그룹에 여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여학생의 자아 정체성이 달라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장년층은 10대 여학생 이미지로 대중 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나서기를 싫어하며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의 리더 여학생들은 다르다. 의사 결정을 할 때 주도적이고 도전의식이나 자기계발 욕구가 강하다.

여학생 리더가 급증하는 것에는 피선거권자인 남학생의 의식 변화도 큰 몫을 했다. 요즘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더 적극적이어서 남학생들이 기가 죽은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리더 여학생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거의 모든 남녀공학 학교에서 이런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회의를 주도하고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도 여학생들의 몫이 된 것이다.

입시 부담이 큰 한국의 현실에서 리더 여학생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여성 리더에 대한 인식변화에 도움을 준다. 입시라는 큰 산 때문에 한국의 청소년들은 중·고교 시절 학생회 등 자치활동을 하기 쉽지 않은데 요즘 여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학생회 등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것이다.

심규일(49) 남산고 교사는 "요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학생회의 참여도와 관심도가 월등히 높다."면서 "학생회 대표를 선출할 때 여학생 후보들이 남학생 후보보다 많다."고 말했다.

글·모현철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알파걸'?

'알파걸(Alpha Girl)'이란 엘리트 집단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원래 알파(α)는 그리스 알파벳의 첫 번째 철자로 '첫째 가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인 댄 킨들러가 지난해 출간한 '새로운 여자의 탄생- 알파걸'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댄 킨들러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15개 학교를 방문해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이거나 앞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10대 소녀 113명을 인터뷰하고 900여 명의 소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 여학생들의 20%가량이 공부, 운동, 친구관계, 미래에 대한 비전,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엘리트 소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들이 이전 세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의 출현이라고 선언하며, 알파걸이라고 명명했다. 사회에서 알파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다소 우세하지만 여전히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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