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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를 찾아서] 분황사에 얽힌 이야기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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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과 엄장 스님

이야기쟁이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 권 5에 등장하는 얘기 한토막.

문무왕 대에 광덕과 엄장이라는 두 승려가 절친하게 지냈다. 둘은 먼저 극락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서로에게 알리자고 약속하였다. 광덕은 분황사 언저리에 숨어 미투리를 삼으며 처를 데리고 살았다. 엄장은 분황사 남악에 암자를 짓고 숲의 나무를 베고, 밭갈기에 힘썼다. 석양이 마음을 선하게 물들이던 어느날, 소나무가 서 있는 창 밖에서 "나는 먼저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따라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엄장이 밖으로 뛰어나가니, 구름 밖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고 광명이 땅을 비추고 있었다. 이튿날, 광덕이 살던 곳으로 가서 그 처와 함께 유해를 거두어 장사를 지내고 엄장은 광덕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남편이 죽었으니 나와 함께 살면 어떠하오?" 광덕의 아내가 그러자고 하였으므로 엄장은 그 집에 머물렀다. 밤에 엄장이 광덕의 처와 관계를 하려 하니, 그 아내는 광덕을 보고 "스님이 서방극락을 구함은 연목구어"라고 쏘아붙였다. 엄장이 "광덕도 이미 그러했는데, 나는 왜 안되오?"라고 하자 광덕의 처는 말했다. "남편은 저와 10년 이상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습니다. 밤마다 단정히 앉아 달빛 아래 가부좌를 틀며 아미타불을 외웠습니다. 정성이 이와 같았으니 어찌 서방 극락정토에 이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대개 천 리를 가는 사람은 그 첫걸음으로 알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스님의 생각은 동쪽에 있으니 서방정토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낯부끄러워진 엄장은 그길로 분황사 원효대사를 찾아 간곡히 법을 구하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관(觀)을 닦아 극락으로 갔다. 광덕의 처는 분황사의 여자종이었지만, 사실은 관음의 19응신 중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향가의 원왕생가는 광덕의 노래라는 설이 있다.

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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