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장강삼각주 新구동축 닝보] (상)세계최장 '항저우 해상대교' 공사

항저우만 가르며 36km 중국 新해룡이 뜬다

대구와 우호교류도시 7년째를 맞는 중국 저장성 닝보시(浙江省 寧波市). 신라와 고려상인들이 드나들었던 역사 깊은 항구도시로 교류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가 세계 17개. 이 가운데는 일본 도시가 3개나 된다. 중국 제1의 패션·문구도시이자 중국 2위의 항만물류기지이면서도 인근 상하이(上海)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이 도시가 내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한다. 교통의 끝단에서 중심지로 바뀌면서 그 옛날 화려했던 국제도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뛰고 있는 닝보를 찾았다.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닝보 항저우만해상대교(寧波杭州灣跨海大橋-이하 항저우만대교)'가 내년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에 개통된다. 중국 경제의 기관차, '장강(長江)삼각주' 경제권(상하이-저장성-장쑤성)이 이 다리 개통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동북아 경제의 심장을 꿈꾸며 힘찬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다.

저장성 북쪽 자싱(嘉興·상하이와 인접)과 항저우만을 가로질러 저장성 남쪽 닝보를 잇는 총연장 36km의 '항저우만 대교'. 5년에 걸친 대역사 끝에 노면 아스팔트 포장까지 말끔히 끝내고 한국 언론 최초로 지난달 22일 본지 취재팀에 공개됐다.

항저우만 대교는 장강삼각주를 세계 최대의 메갈로폴리스 경제권으로 일체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올림픽 이후 중국의 지치지 않는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특히 이 거대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세계적 화상(華商) 닝보방(寧波幇)의 고향 닝보시가 있다. 중국 내 도시경쟁력 8위로 급부상했으며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춘 도시로 평가받으면서도 중국 동해안 벨트에서 고립돼 있던 닝보시는 항저우만 대교 개통을 계기로 중국 5대 도시권으로 진입을 기대하며 이 공사에 '올인'했다.

총공사비 118억 위안(元·한화 1조 4천억 원) 가운데 90%를 닝보시가 부담했고 정식 명칭에 '닝보'가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정지휘본부의 총지휘 또한 왕용(王勇) 닝보시 부시장이 맡고 있다.

◆'바다위의 만리장성'

현재 공정률 90%를 보이고 있는 항저우만 대교 공사는 지난해 5월 완공된 장강 유역 샨사(三峽)댐과 함께 중국의 건설역사를 새로 쓰는 대역사(大役事)이다.

현재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는 상하이와 저장성 양산(洋山)항을 잇는 총 연장 32km의 둥하이(東海)대교로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하지만 이 다리도 내년 8월이면 최장의 타이틀을 항저우만 대교에 내줘야 한다.

항저우만 대교는 단지 총 연장뿐만 아니라 공사의 난이도에 있어서도 '해상 만리장성' 프로젝트라 불릴 만하다.

대교공정지휘본부에 따르면 항저우만의 조류는 강하기로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악명이 높다. 평균 유속 2.39m/s, 실측 최대유속 5m/s 이상인데다 일정하지 않고 침식이 매우 강한 편에 속하는 곳이다.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들이 지나는 길목이며 남측 간척지 밑 50m에 얕은 가스층 또한 분포돼 있다. 이런 복잡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연 작업가능일수가 200일이 안 되는 악조건이다.

설계 시속은 100㎞/h, 설계 사용연한은 100년, 노폭 33m의 왕복 6차로에 내진 설계치는 리히터 규모 6이다. 통행료는 80위안(한화 1천 원 내외).

◆미적 영감과 경관

대교가 개통되면 닝보와 상하이 간의 육로 거리를 120km 정도 단축돼 현재 5, 6시간 걸리는 이동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여 물류·관광 활성화의 중추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닝보시는 이러한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아름다운 건축물로서의 의미 또한 크다고 귀띔한다.

항저우의 명승인 서호(西湖)에 소동파가 쌓은 제방(蘇堤)이 '長橋臥波 未雲厦龍'(긴 다리가 물결 위에 놓여 있으니 구름도 없는데 용인가 싶으며)이란 옛 시의 미적 감각을 담았다 하여 지금도 저장사람들은 서호소제(西湖蘇堤)를 '장교와파(長橋臥波)'로 표현한다.

이러한 미적 영감을 항저우만 대교의 경관설계 개념에 담아 하늘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S' 형태로, 측면에서 봤을 땐 배가 지나는 남·북측 교탑이 볼록한 두 개의 아치를 겹친 낮은 활모양을 해 한 마리 용이 굽이치는 형상으로 다리의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또 대교 남쪽에서 14㎞쯤 지점의 교량 옆 바다 한가운데에 1만 2천㎡(축구장 2개 크기 정도)에 달하는 서비스플랫폼(平臺)이 있다.

취재진의 안내를 맡은 공정지휘본부의 홍보 담당 다이멍롱(戴猛龍) 씨는 "이곳은 시공 기간 동안 작업 요원들의 생활 기지, 해상 구조·측량·통신 업무 통제 기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완공 후에는 통행객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아름다운 여행·휴양 관광전망대 역할도 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권 완결과 자본융합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통계에 따르면 장강삼각주 경제권은 중국 GDP의 18%를 책임지고 있는 최대 경제권. 한국 GDP의 70%에 육박하는 5천100억 달러인 '장삼각(長三角-중국이 사용하는 장강삼각주의 약칭)'이 항저우만 대교로 이제 완벽하게 연결된다. 항저우만 대교의 남·북편에 각각 3개의 고속국도가 주변 신흥 공업도시와 항만들을 그물망형으로 이어주고 2009년에 완공될 상하이와 항저우 간 자기부상열차도 이 교통망에 가세한다. 또한 중국 해상운송량 1위인 상하이와 2위인 닝보가 연결됨으로써 동북아시아 최대 육상·해상 복합물류허브가 완성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대교 건설회사 자본금의 50% 이상을 민영기업들이 '투자'한 것은 특이한 경우이다. 이는 국유자본과 민영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투자모델을 만들어 정부와 국가가 모두 윈윈하는 경제시스템을 모색하는 새로운 시도다. 투자수익률은 8.03~10.1%, 투자회수 기간은 14.2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체 교통망의 측면에서도 대교의 개통은 장강삼각주의 경제권이 1일 생활권으로 통합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북쪽 헤이룽장(黑龍江)성 퉁장(同江)과 남쪽 하이난다오(海南島)의 싼야(三亞) 간 5천700㎞를 잇는 중국 종단 고속국도 퉁싼셴(同三線)이 비로소 하나로 이어지는 중국 동해안 경제벨트의 완결이다.

중국은 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경제개혁개방 정책을 주창한 이래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며 개발의 중심축을 중국 동해안의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북상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 '닝보 항저우만 대교'의 개통은 성장의 확산을 촉진할 새로운 전기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까오수파잔(高速發展)'의 중심에 떠오르는 닝보가 있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김대호·최창희기자

▨ 베이징올림픽 성화 맞춰 항저우만대교도 D-210

항저우만 해상대교 공정지휘본부 앞마당에는 D-210이라는 전광판이 각국의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있다.

"왜일까. 베이징올핌픽은 내년 8월이고 개통시기도 올림픽에 맞춰 있는데…."

항저우만 대교가 실질적으로 개통하는 때는 내년 8월 2008베이징올림픽이 맞다. 하지만 지구촌 사람들에게 깔끔하게 마무리된 대교 36km 전 구간을 선보이는 것은 바로 내년 5월이다.

5월이면 베이징올림픽을 밝혀줄 성화가 성화주자들의 손에 들려 대교를 통해 봉송되면서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질 것이다.

항저우만 대교가 위치한 저장성, 건설을 책임진 닝보시, 나아가 중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를 다시 한 번 각국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이벤트를 극비리에 준비하고 있다.

북편 교탑 상판 잇기, 인간들의 성화 봉송, 실질적인 차량통행 등 항저우만 대교는 3차례의 행사를 통해 개통행사를 세 번 가지는 셈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