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1만 2천 가구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 해마다 3천 가구를 오갔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상반기 6천 가구를 넘어선 뒤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가 예상치의 30%인 1만 가구 수준에 머무른 탓에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이지 분양 물량이 많았다면 2만 가구도 어렵지 않게 넘어섰을 것으로 건설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분양 시기만 늦추고 있는 예정 분양 물량을 따진다면 대구 미분양은 언제든 2만 가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건설사 한 임원은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시기 조정을 하던 단지들의 분양 신청이 이달에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연말 이전 미분양 물량이 1만 5천 가구는 쉽게 뛰어넘을 것"이라며 "IMF 보다 더한 한파가 건설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해 평균 대구 분양 물량이 1만5천~2만 가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1년간은 아파트 분양을 하지 않아도 될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분양 물량'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정권 교체'가 되면 부동산 시장이 달라질 것이란 현재로선 유일한 '장밋빛 희망'을 갖고 있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대출 규제 등 현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시장을 억눌러왔고 결국은 매매 시장 침체와 가격 하락, 신규 분양 시장 붕괴로 이어져 왔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분양 시장은 정부 규제뿐 아니라 시장 원리를 벗어난 과잉 공급이란 또 다른 변수가 있다.
IMF 기간 동안 부족한 신규 공급으로 2000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가 단순한 '집'의 개념을 넘어 '돈 되는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넘쳐나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 때문이다. 이름 꽤나 있는 기업체는 너나없이 건설사를 만들어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고 금융권은 경쟁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나섰으며 개인들은 빚을 내가며 '아파트 청약'에 합류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불량 제품'(?)이 양산돼 왔다는 점이다.
중소형 수요가 많은 시장에 대형 평형만 넘쳐나고 서민들로서는 감당이 어려운 5~6억이 넘는 집들이 쏟아졌으며 거주 여건이 정비되지 않은 곳에 덩그렇게 아파트만 쏙쏙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본다면 집은 많지만 살만한 집은 크게 많지 않은 셈이다.
앞으로 신정부가 출범하고 과거 전례처럼 '부동산 부양책'이 시행된다면 시장 상황은 분명 개선될 것이다. 불량 제품도 시간이 문제지만 언젠가는 재고 신세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주택 시장이 건강성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수요자가 원하는 집, 시장성이 있는 아파트 공급이란 단순한 시장 원리만 뿌리 내린다면 정부나 건설사, 실수요자 모두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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